日 야구 심장 고시엔에 울린 한국어 교가…"75년 인생 최고 감동"
우승 확정되자 재일동포들 "믿을 수 없다"…서로 얼싸안고 눈물
- 이기범 기자
(니시노미야(일본)=뉴스1) 이기범 기자 =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꿈이지 않을까."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경기장 한가득 울려 퍼졌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시엔' 결승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하는 순간 경기장을 찾은 재일동포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교토국제고를 나온 재일동포 2세대 양미숙 씨(75·여)는 "75년 인생에서 가장 큰 감동"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60여년 전에 교토국제중·고등학교를 나온 양 씨는 "교토 시내에서 1등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정도로 소규모 학교인데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양 씨가 다니던 시기만 해도 중·고교생을 합쳐 전교생 100명 규모의 작은 학교였다. 현재 학생 규모는 160명. 1999년 폐교를 막기 위해 야구부를 창설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야구부 1기생이었던 재일동포 신성수 씨(41·남)는 "결승전에서 우승해 너무 좋다.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고 소감을 말했다.
당시 야구부 응원팀을 만들어 이끌었던 재일동포 김안일 씨(82·남)는 "우승하다니 너무 잘했다"며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꿈이지 않을까"라며 기자의 볼을 꼬집었다.
이날 야구부 응원팀을 담당한 재일동포 3세 김대학(41·남) 교토국제중 교감은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놀랍다"며 "역사상 처음 있는 쾌거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부 학생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면서도 "학교가 있어서 야구부가 있고, 학교를 지원해 주는 게 한국이기도 해서 이런 부분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우승 순간 눈물을 흘린 백승환 교토국제학교 교장은 "선수들이 기술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하게 잘할 줄 몰랐다"며 "최선을 다해 우승까지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 교장은 "일본 현지에서 응원하러 오신 2700명 응원단, 한국에 계신 우리 학교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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