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할 때 우리집 강아지·고양이 어떻게…"동반 대피 어려워"

동반 대피 추진 농식품부 vs 재난 담당 행안부 반대
별도 대피소 지정 현실적 어려움…일부 지자체 동물 따로 대피

반려견들이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 (독자 제공)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인 1500만 명을 넘어섰으나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 대피에 관한 정부 차원 제도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15분간 전국적으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다. 국민은 15분간 민방위 대피소나 건물 지하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 통제 대상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은 5분간 정차해야 한다.

지난해 경계경보 '오발령' 사건과 6년 만의 민방위 훈련을 계기로 반려동물 대피 절차를 묻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오발령' 사고 당시 반려동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대피하려 짐을 싸고 있는데 강아지가 저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에 숨이 턱 막혔다", "사람끼리 대피하는 훈련은 과거에 몇 번 해본 것 같은데 고양이랑 하는 건 처음이어서 대피도 포기하고 넋을 놨다"는 등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반려동물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부터 반려동물과 주인이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반 대피소'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동력이 부족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2022년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마련하면서 지자체에 '동반 대피소'를 지정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대피소 관련 권한이 모두 행정안전부 등 재난안전 조직에 있는 등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피소가 부족한 가운데 '동반 대피소'를 별도로 지정해야 하는 점도 현실적 한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반 대피 제도를 실질화하려면 대피소 관련 권한을 가진 행안부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행안부는 사람을 보호할 대피소도 충분하지 않아 별도 피난소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식품부가 2022년 보낸 공문은 법적 근거가 없는 '권고' 수준"이라며 "사업 동력이 부족하다 보니 공문을 보낸 뒤에 동반 대피소 지정 현황을 챙기는 등 후속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공문을 전달받은 지자체에서도 같은 이유로 대피소 지정이 지지부진하다.

경기도 반려동물 부서 관계자는 "대피소는 '자연재난법'에 근거해 설치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재난 부서 소관 사항"이라며 "재난 부서에 동반 대피소 지정을 요청했으나 '재난구호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 법에 반려동물을 동반할 근거가 없어 반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반려동물 부서 관계자는 "재난 부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하는데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여건에서는 도심에서 새 장소를 마련하기도 어렵고 기존 시설에 허락을 구하기도 힘들어 최종적으로 지정된 동반 대피소는 몇 곳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경기도의 경우 자체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동물만 따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동물병원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민간 동물 병원이 많지 않은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방안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워낙 동물 병원이 많아 동물만 따로 보호할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며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