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검객의 재혼 축하"…이틀 만에 드러난 'I am 신뢰' 여성 전청조
IT기업 임원, 머스크와 펜싱 대결…온통 가짜 인생 [사건속 오늘]
재벌 3세라며 남현희에 접근, '임신'까지 믿게 만들어…전국민 분노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정확히 1년 전인 2023년 10월 23일 아침 기분 좋은 뉴스에 사람들은 흐뭇해했다.
여자펜싱 간판스타였던 남현희 씨(1981년 9월생)가 15살 연하의 재벌 3세 전청조 씨(1996년 11월생)와 재혼키로 했다는 소식에 '잘 됐다'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남현희의 행복은 '이틀 전하'에 그치고 말았다.
이날 여성 조선은 '단독 인터뷰'라며 남현희, 전청조 커플 이야기를 다뤘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재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 신랑은 재벌 3세인 전청조 씨다"라고 시작된 이 기사는 전청조 사기극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이 기사로 인해 전청조 가면이 벗겨졌으며 그가 한 모든 행동과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전청조는 자신을 미국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승마선수로 활약하다 부상을 당해 은퇴, 글로벌 IT 기업 임원으로 일했었다고 밝혔다.
전청조는 경영 계획, 재산 규모 등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결혼식 직전에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다면 너무 감사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해도 문제없다"고 했다.
훗날 이 말을 되짚어 보면 자신이 '여성'이기에 남현희 사이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남현희는 2023년 1월 첫 만남의 순간에 대해 "너무나도 어린 친구가 경호원을 대동하고 걸어 들어와서 놀랐다. 똘똘한 부잣집 도련님인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전청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펜싱 대결을 앞두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에게 펜싱을 배우고 싶다며 남현희가 운영 중이던 펜싱 아카데미를 찾았다.
첫 만남에서 남현희가 받았다는 '도련님'이라는 인상도 되돌아보면 전청조에게서 남성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재혼 소식을 접한 이들은 남현희와 함께 한 전청조 사진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목젖이 없는 등 그 어디에서 남성 이미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자 남현희와 전청조는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중이라며 강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틀 뒤인 10월 25일부터 '알고 보니 전청조가 여자였다'는 등 엄청난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만 간추려 보면 △ 남현희 예비 신랑은 여자 △ 사기 전과 10범 △ 사기혐의로 두차례 실형을 살았다 △ 강화여중 졸업생 △ 혼전임신 했다며 돈 챙겨 △ 경마축산고 1년 자퇴 △ 2019년부터 남자 행세 등이다.
여기에 남현희가 전청조 재력을 믿게 만든 잠실 롯데 시그니엘도 3개월 단기 월세, 대역 알바를 고용해 기자행세를 하면서 전청조를 취재하게 한 일 등 폭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혼란에 빠진 남현희는 10월 25일 오후 가족들의 설득에 따라 전청조에게 결별을 선언한 뒤 경기도 성남, 친정집으로 옮겼다.
재혼 발표 이틀 만에 파경을 맞은 셈이다.
그러자 전청조는 10월 26일 새벽 1시 9분 남현희의 집을 찾아가 만남을 종용하다가 스토킹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스토킹 혐의로 20대 여성 전 모 씨를 조사 중이다"고 발표, 전청조가 여성임을 분명히 했다.
그 과정에서 전청조의 주민등록 번호 뒤 첫 자리가 여성을 뜻하는 '2' 자로 시작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0월 31일 전청조를 김포 친척 집에서 긴급 체포한 경찰은 11월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전청조는 11월 3일 구속 돼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화려하게 재혼 발표한 지 11일 만에 쇠고랑을 찬 것이다.
전청조 사건에서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던 점은 남현희가 그를 남자로 믿었고, 성관계를 가졌으며, 임신한 것으로 알았다고 한 부분이다.
남현희는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 전청조가 성전환 수술, 지금은 남자 △ 전청조가 다른 사람 고환을 이식받았다고 해 그대로 믿었다 △ 성관계를 가졌고 전청조가 준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한 결과 임신(두 줄)을 확인했다 △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려 했지만 전청조가 말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출산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이 하지도 않은 성관계를 했다고 믿었는지, 임신했다고 믿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 당한 결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확신으로 변한 때문' 등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청조는 숱한 화제를 뿌린 가운데 희대의 유행어를 낳았다.
바로 "I am신뢰에요~"라는 말로 뉴요커임을 과시하기 위해 전청조가 한 일종의 콩글리시(한국어와 영어를 뒤섞어 말함)였다.
"아이 엠 신뢰"는 2023년 최대 유행어 중 하나가 됐으며 여러 버전의 밈이 나돌았다.
일부 업체는 발 빠르게 이를 CF에 이용하려 했지만 '너무 나갔다'는 눈총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해 버렸다.
재벌 3세를 사칭해 3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기소된 전청조는 2024년 2월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로부터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경찰과 검찰에서 전청조는 '남현희도 공범'이라고 주장했지만 남현희는 2024년 3월 4일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이후 남현희는 펜싱 교실을 다시 여는 등 조용한 복귀를 했다.
전청조는 1심 판결에 불복,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남현희 조카를 폭행하고 3억 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추가 기소 돼 2024년 9월 4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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