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여름밤' 빈자리 없는 한강, '열대야 쓰레기'로 몸살

한강공원 입구부터 쓰레기 악취 진동…음식물 잔해 '주범'
하루 3~4톤 쓰레기…"먹던 거 그대로 두고 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 (독자 제공)

(서울=뉴스1) 홍유진 장시온 조유리 기자 = "선선한 바람 쐬면서 더위 식히려고 나왔는데,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니까 기분이 팍 상하네요."

지난 17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이어지는 9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와 공원 입구로 진입하자 곧바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강공원 입구 쪽 쓰레기장 근처에는 먹다 만 치킨, 떡볶이, 맥주 등 각종 쓰레기가 포장 용기째 널브러져 있었다. 10시가 넘어 밤이 깊어지자 음식물과 쓰레기가 뒤엉켜 나는 악취가 한강 둔치까지 퍼질 정도였다.

열대야가 최장 기록을 경신하면서 대표적인 '도심 피서지'인 여의도 한강공원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하루에도 몇 톤씩 늘어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은 늦은 밤까지도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잔디밭에는 돗자리와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시민들은 얕은 물가에 발을 담그거나, 슬러시와 캔맥주 등 시원한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와 달리 공원 곳곳은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진동했다. 주범은 음식물 잔해였다. 쓰레기 인근을 지나며 표정을 찡그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여자 친구와 함께 한강 공원을 찾은 정재원(35) 씨는 "한여름에 더위 피하려고 나오는 곳이 한강공원인데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진 않다"며 "한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만 따로 처리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치원생 아들, 남편과 함께 나들이에 나온 김 모 씨도 "아이가 더워해서 한강 분수대에 물놀이하러 왔는데, 악취가 심해서 좀 불쾌하다"고 했다. 옆에서 물장구를 치던 김 씨의 아들은 "으악 쓰레기 냄새 나. 지구가 아프겠다"고 소리쳤다.

음식물 쓰레기 통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인과 함께 한강에 산책 나온 조 모 씨(20대)는 "음식 먹는 구역을 따로 정하면 좋겠다"며 "그러면 거기에 음식물 쓰레기 통을 설치한다든지 그쪽만 집중 관리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매일 23명의 환경미화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늘어난 쓰레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강공원에서만 하루 평균 3~4톤, 주말은 5~6톤의 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용 미래한강본부 환경팀 반장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피자, 떡볶이, 치킨 등 음식을 그냥 땅바닥에 팽개치고 간다"며 "음식물뿐만 아니라 화장실에도 바닥에 담배를 뿌리고 가서 어마어마하다"고 하소연했다.

김 반장은 이어 "하루에 청소하는 인원은 11명 정도고, 5~6명이 공원 전체를 다 청소하고 있다"며 "11월부로 계약직 11명이 만료되면 정규직 남자 3명이 함께 한 구역씩 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열대야로 한강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 별도 청소인력 5명을 투입하고 있다"며 "환경미화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한강을 찾는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협조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