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전기차…"과충전 예방 등 지하화 전제 대책 세워야"
유휴 부지 없어 제도적 '지상화' 어렵다는 지적
과충전 예방·스프링클러 등 지하 공간 전제한 대응체계 촉구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인천 청라국제도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국에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으로 전기차 시설의 지상화를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만큼 지하 공간 활용을 전제로 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도는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을 지상 또는 출입구 근처에 설치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경북도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전기차 충전시설·주차구역의 지상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결과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했다. 광주 동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려던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상화' 방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설비를 지하의 폐쇄된 공간에 두는 것이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험한 배치인 건 맞다"면서도 "도심지 70%가 집단거주지인 한국 특성상 전기차 설비가 앞으로도 지하에 머무르는 것은 필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도심지의 토지 활용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상황이다. 서울은 2022년 말 기준 시 전역의 다세대·연립·빌라 주차장 확보율은 63%에 그친다. 다세대·연립·빌라 차량 100대 가운데 63대만 주차 공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차량 100대 중 40대는 주차 공간이 없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장을 만들 부지가 더 이상 없고 주차장 건설비용도 너무 커졌다"며 "부지 매입이 필요 없는 공공부지여도 주차공간 1면 건설에 1억 6000만 원가량이 든다"고 했다.
이어 "사유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건설하는 경우 비용은 더욱 커진다"며 "일례로 성동구에서는 주차장 한 면을 조성하는 데 비용이 최대 3억 5000만 원까지 들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전기차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가 420만 대인 반면 지난해 9월 기준 실제 보급 대수는 갓 50만 대를 넘겼다. 목표치를 어느 정도 조정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7~8배에 달하는 전기차가 도심지에서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지하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방에 더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과충전 예방만 해도 화재 확률을 몇 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과충전 예방 장치가 달리지 않은 전국 30만여 기의 완속 충전기에 관련 설비를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의 경우 발화 차량이 내연차였어도 피해 규모는 비슷했을 것이라며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에서 화재가 났을 때 이번 경우처럼 스프링클러 등 '초기 진압'이 되지 않으면 전기차든 내연차든 똑같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화재 진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등 기본 설비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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