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누구나 "평생 가장 더운 여름밤"…118년 만에 최장기록
최장 기록 경신 밤 한강공원 찾은 시민들…"자다가 몇번씩 깨"
강물에 발 담그고 부채질에 시원한 맥주…한강 대신 '홈캉스'도
-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평생 겪었던 여름 중에 이번이 가장 더운 것 같아요."
늦은 오후 더위를 피해 한강에 산책 나온 이 모 씨(67·여)는 연신 부채질하며 "요즘 매일 선풍기를 달고 자는데도 너무 더워서 밤에 몇 번씩 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그래도 밖에 나오니까 바람이 불어 좀 낫다"고 했다.
16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한강 피서'를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27일 연속으로 이어진 서울 열대야는 118년 만에 역대 최장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7시 39분 기준 여의도 한강공원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는 시각이었음에도 31도의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취재를 위해 밖에 나선 지 15분도 안 돼 땀이 날 정도였다.
공원 곳곳이 북적이긴 했지만 최근 저녁까지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한강을 찾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공원에서 돗자리 대여 노점상을 운영하는 A 씨는 "원래 손님이 10명 왔다면 요즘에는 한 두명 올까 말까"라며 "그나마 퇴근하고 근처 직장인들이 오고, 낮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공원을 찾은 이들은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시원한 맥주 등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연인, 친구, 가족들과 함께 온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강바람을 맞으며 피서를 즐겼다.
여자친구와 함께 산책 나온 직장인 윤 모 씨(31)는 "물가 근처여서 그래도 시원할 줄 알았는데 너무 더워서 깜짝 놀랐다"며 "이상 기후가 현실로 다가온 거 같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얕은 물가에는 시민들이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을 담그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바지가 흠뻑 젖을 정도로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편의점 인근에는 더운 날씨에도 라면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 나왔다는 윤 모 씨는 양손에 치킨을 든 채 "올해 유독 덥긴 했지만 아까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은 시원한 거 같다"며 활짝 웃었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도심 피서 대신 '홈캉스'(홈+바캉스)를 택한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 모 씨(30)는 "에어컨 전기세를 신경 안 쓸 수가 없지만 끄면 단 몇 분 만에 바로 땀이 나는 것 같다"며 "물가는 좀 나을까 싶어 한강공원이라도 나가볼까 했지만 포기하고 종일 에어컨을 틀고 쉬었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 모 씨(34)도 "더위로 숨이 턱턱 막힌다"며 "요즈음 에어컨을 끄고 잔 날이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서울의 열대야는 26일째 이어지고 있다. 부산은 7월 25일 이후 22일째, 제주는 7월 15일 이후 32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열대야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꼽혔던 2018년 26일과 동률이 됐다. 당분간 서울 열대야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어서 역대 최장 기록을 매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서도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1994년과 2018년의 21일 연속 열대야 기록을 갱신했다.
제주 열대야도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제주의 최장 열대야 기록은 지난 2013년 기록한 44일(7월 12일~8월 24일)이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6.8도, 부산 26.3도, 제주 25.4도 등을 기록했다.
cym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