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금지 구역에도 '반납 완료' 인증…'답 없는' 킥보드 불법 주차
'새로고침'에 주차금지 구역 무용지물…모니터링 시스템 보완해야
- 이강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김예원 기자 = "도로 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죠."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 모 씨(27)는 길거리에 마구잡이로 주차된 공유 킥보드 때문에 골목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횡단보도나 골목길 입구 등에 불법 주차된 킥보드가 널려 있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서다.
박 씨는 "주차된 킥보드가 넘어져 있기라도 하면 운전자 입장에선 시한폭탄"이라며 "자동차 주차 위반은 단속이 잘 되는데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왜 그만큼 단속이 체감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도 위 무법자' PM이 문제로 지적된 지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법 주차 등 시민 불편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로 PM 주차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서울시 등 지자체에 주차 공간 확충 등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지금도 최대한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차 모니터링 시스템 확충 등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여기 주차하면 견인 조치" 구역 직접 가보니 전동 킥보드 널려
1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하철 출입구, 횡단보도 인근 등은 서울시 조례로 PM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 곳곳엔 공유 킥보드, 자전거 등이 불법 주차돼 있었다. 기자가 직접 서울 마포구, 종로구 등 주차 금지구역 5곳에 직접 가본 결과 PM이 주차되지 않은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 등에 주차된 PM을 피해 가거나 기기가 넘어지지 않게 움직임을 조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길가에 불법 주차된 PM이 미관상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노인 등 교통약자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60대 최성만 씨는 "팽개치듯이 세워놓아 보기가 안 좋고 지저분하다"며 "길 가다 넘어져 있는 킥보드를 세워두고 간 적도 많다"고 말했다.
애오개역 인근으로 출근하는 40대 직장인 배 모 씨는 "어르신들이 나오다가 불법 주차된 킥보드 등을 못 보고 넘어지는 걸 몇 번 봤다"며 "지하철역 근처에 주차하면 안 되는 건 당연히 안되는 거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PM이 도심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은 PM이 많이 늘어났지만 충분한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민간사업자가 운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는 2018년만 해도 150대 정도였지만 올해 기준 약 4만 대까지 급증했다.
시민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에서도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2021년 7월 만들어진 '견인 구역'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주차금지 구역과 같지만, 행정절차의 편의를 위해 조례로 구역을 지정했다. 구역은 △보/차 구분된 차도 및 자전거도로 △버스, 택시 정류장 주변 5m △지하철 출입구 앞 5m △횡단보도 3m 이내 △점자블록 위, 교통약자 엘리베이터 진입로 등 5곳이다.
GPS를 이용해 제한 구역에 주차하려고 하면 반납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서울 마포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주차 금지구역 5곳에 PM 주차를 시도해 본 결과 주차가 불가능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일부 업체의 킥보드의 경우 주차 '꼼수'가 통하기도 했다. 반납 금지 구역에 PM 반납을 시도하면 화면에 반납 금지 구역 안내가 떴다. 하지만 새로고침을 연달아 누르면 금지 구역에도 반납이 가능한 식이다.
기자가 반납 금지 구역에 해당하는 서울시 종로구의 조계사 버스정류장 5m 이내에 주차를 시도하자 반납 금지 구역 안내 팝업이 떴다. 하지만 '위치 새로고침' 버튼을 연달아 누르자 '그래도 반납하시겠습니까?'로 바뀌며 주차할 수 있었다.
◇ 업체 측 "지자체 차원에서 공간 마련해달라"…서울시 "무한정 예산 투입 안 돼"
이런 불법 주차가 기승을 부리자 업체 측도 난감해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 도심 곳곳에 추가로 주차 공간 용지를 매입해야 하지만 문제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회당 4만 원 등 견인료를 PM 이용자가 아닌 업체 혼자 도맡는 것도 부담이다.
새로고침을 연달아 누르는 방식 등으로 불법 주차를 한다고 해도 애플리케이션(앱)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선할 수도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한 PM 업체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준 GPS가 10미터(m)까지는 오류가 날 수 있어서 새로고침을 지속해서 누를 시 오류가 뜰 수 있다"며 "앱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서 시스템 개선 등 조처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지자체 차원에서 새 주차 공간 확보를 요청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서울시가 마련한 PM 전용 주차 공간은 280곳으로, 약 2800대의 PM이 주차할 수 있다.
올해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전동킥보드 수만 해도 4만 대라는 걸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무작정 예산을 투입해 PM 주차 공간만을 무한정 마련하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정된 주차 구역을 알리는 동시에 등록제 등을 통해 공유 킥보드 수를 지자체 차원에서 조절하고 불량 업체들을 솎아내는 등 대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PM 관련 조례 제정에 참여한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부회장(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스마트시티학과 교수)은 "지금은 공유 PM 회사를 관리할 수 있는 법이 없는데, 허가제가 아니라 신청제이기 때문"이라며 "잘못한 부분을 회사가 관리하지 못하면 과감히 등록을 폐지할 수 있도록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의 경우 타고 싶은 곳까지 타고 지정된 주차 공간을 찾지 않은 채 방치하는 행태가 많이 나타난다"며 "어디 주차하는 게 적당하고, 어떤 구역에 하면 안 되는지 대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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