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 반듯한 '토막 시신'… '청와대 초청' 10대 수재, 외삼촌 살해

효심 깊은 혼외자…평소 외삼촌이 "불륜자식 "모욕 분노[사건 속 오늘]
IQ 140 벤처회사 차리기도…법원 "돈 떼이고 구타당해" 이례적 15년형

10대에 벤처회사를 창업해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했던 A 군(왼쪽). (KBS '스모킹 건')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2007년 8월 16일, 경기 화성 동탄에서 인근 공장에 다니던 직원 김 모 씨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던 중 수상한 냄새를 맡았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김 씨는 경악했다. 불에 탄 이불에 뭔가가 말려있어 들춰봤는데, 머리와 양팔이 잘린 시신이 들어있었다.

◇ 이상할 정도로 반듯했던 시신 절단면

발견된 시신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잘려진 신체 부위의 단면이 마치 정육점에서 잘린 고기처럼 깔끔했다는 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가 액체질소로 시체를 급속 냉동시킨 뒤 수술용 칼인 '메스'를 사용해 절단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국과수 부검 의뢰 결과 사인은 급성 청산염 중독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시신의 머리와 손이 없었기 때문에 신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막막했던 형사들은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시신 유기 현장에서 발견된 광고 전단에 무언가 쓰여있었던 것. 불에 타다 남은 종이에는 '급하면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이미지투데이

◇ 외삼촌 사라진 집에서 엄마와 지내던 조카

전화번호의 주인은 서울 소재의 모 유명 대학 1학년 휴학생 A 군(당시 19세)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은 시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군이 광고 전단을 시신 소각 당시 불쏘시개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두고 수사했다.

조사 결과 경찰은 A 군이 2007년 4월부터 40대인 무직의 외삼촌 B 씨의 집에서 그와 동거해 온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 군은 그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지내고 있었고, 더 의심스러웠던 건 외삼촌이 자취를 감춘 점이었다.

B 씨는 매일 술을 마시고 고함치며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인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동네에서 B 씨의 난동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에 형사는 토막 난 시신이 B 씨라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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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던 의대 합격했지만…엄마 고생 걱정돼 포기

A 군은 경찰이 자신을 용의선상에 올린 사실을 알고 유서를 작성, 경북 울진으로 가 차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형사의 설득으로 A 군은 마음을 고쳐먹고 자수한 뒤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둘이 살아온 A 군은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었다. 가정이 있는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지방 근무를 하며 식당 종업원이었던 A 군의 어머니를 만났다. 혼외자로 태어난 A 군은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그런 어머니를 위해 성공하고 싶어 했다.

A 군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IQ 140의 수재로, 특히 과학 분야에 소질을 보이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또 자기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벤처 회사까지 차린 A 군은 청와대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런 A 군의 장래 희망은 의사였다.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치른 A 군은 실제로 꿈꿔왔던 의대에 합격했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축하한다며 메스를 선물했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 때문에 엄마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주저했던 A 군은 의대를 포기하고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사립대학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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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나니 외삼촌, 술에 절어 살며 혼외자 조카 모욕

A 군이 외삼촌 B 씨의 집에 얹혀살게 된 건 어머니와 함께 살던 빌라에 불이 나면서부터다.

B 씨는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A 군이 혼외자라며 A 군과 자기 여동생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일삼았다. 그는 "불륜을 저지른 여자와 불륜으로 태어난 씨는 인간도 아니다"라며 모자를 싸잡아 비난했다.

또 A 군은 컴퓨터그래픽 아르바이트로 모아온 2500만 원을 B 씨에게 빌려주기도 했는데, B 씨는 이를 갚지 않고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외삼촌이 돈을 갚지 않고 매일 폭언, 폭행을 일삼자 참다못한 A 군은 범행을 결심했다. 완전 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행동했고, 어머니가 선물한 메스는 범행도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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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막살인범의 이례적인 형량…출소 후 사회 어딘가에 있을 30대 청년

1심 재판부는 A 군이 치밀하게 살인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반인륜적 중죄를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토막살인의 이례적인 형량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A 군의 형량을 크게 줄여 15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군이 사생아로 태어나 홀어머니와 어렵게 컸고 주변의 멸시를 버티며 힘들게 살아왔다. 특히 외삼촌에게 큰돈을 빌려줬음에도 상습적 폭언과 구타에 시달려 일을 저지른 만큼 범행 동기에 주목해야 한다"며 A 군을 감쌌다.

그러면서 "A 군이 자수해 죄를 반성하는 점, 피해자의 친족이기도 한 A 군의 어머니가 선처를 부탁하는 점, A 군이 어린 나이로 교화를 통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큰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