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죽음'…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해법 찾을까

지난달 경찰관 3명 잇달아 숨져…평소 '업무 과중' 호소
문제 진단·해결 과정서 경찰청장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듯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4대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정윤미 기자 =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이 지난 12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과로' 문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연이은 경찰관의 죽음으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임기 2년의 성과가 좌우될 공산이 크다. '과로'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조 청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조 청장은 취임식에서는 "과중한 업무로 동료가 더 이상 혼자 힘들어하지 않도록, 면밀한 직무진단을 거쳐 인력을 균형 있게 배치하겠다"며 "경찰관의 건강과 마음의 상처까지 아우르도록 복지시스템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이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1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경찰관 3명이 숨졌다. 이들 모두 업무 과중을 호소했던 일선 경찰관. 지난달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A 경위, 22일 충남 예산경찰서 B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C 경감이 뇌출혈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경남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구조됐다.

이를 두고 과도한 업무 부담이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해 폐지된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 이후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았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관들에게 버티라고 해 봤자 잘 버텨지겠나"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처리 사건 수는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경찰에 요구하는 보완 수사량에 따른 업무 부담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서 수사관 D 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잡일이 많아졌다"며 "불송치 사건을 검찰에서 보완 수사 요청하면 사건을 하나하나 복사해서 다 보내야 하는 등 자잘한 일이 늘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종결하는 사건도 (검찰에서) 다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선서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E 씨는 "고소·고발 반려 제도 이후 사건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사건 같지도 않은 사건까지 다 받아야 해서 업무 부담이 늘었다. 전세 사기, 주식 리딩방 사기가 아니라 2만 원, 3만 원짜리 사건까지 다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 4663건으로 전년 동기(16만 9646건)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사 인력은 지난해 3만 7252명에서 올해 3만 5917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일각에서는 조직 개편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상동기범죄에 대응하겠다며 예방 중심 경찰 활동으로 전환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중심의 조직 개편으로 인해 현장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주장이다. 조 청장이 경찰청 차장 시절 조직 개편의 틀을 짠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4대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이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24.8.12/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원인 분석·해법 마련 나선 경찰…조지호 "균형 있게 인력 배치"

현재 경찰은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꾸려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 마련에 나섰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 진단팀을 구성해 현재 폭넓게 논의 중"이라며 "조직별 근무 인력 조정, 마음 치유 프로그램 확대 등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큰 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 사망은 하나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여러 구조적인 문제의 영향이 있을 건데 경찰 인력을 보강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 청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잠정적으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고소·고발 사건은 40% 정도가 급증해 일선 수사관들이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을 인정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