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백명 느는데 교실이 없어요"…강동구 초등학교에 무슨 일?
강빛초 올해 학생수 250명 급증…공간 협소해 학생·교사 '불편'
'27년 1300세대 신규 입주…학교 부지 있지만 신설 "검토 중"
- 박혜연 기자, 장성희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장성희 이강 기자 =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에 최근 몇 년 새 수천 세대가 차례로 입주하면서 인근 초등학교가 '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초등학교 부지가 확보돼 있는 만큼 주민들은 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을 감안해 초등학교 신설에 신중한 입장이다. 10년 후에는 학생이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일지 모르는 상황인데 학교를 무작정 신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강동구 강일동 신규 아파트단지에 약 800세대가 새로 입주하면서 인근에 있는 강빛초등학교는 올해 2월에만 170여 명이 한꺼번에 전입 신청을 했다.
초·중등학교 정보공시 서비스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강빛초 학생 수는 2023년 622명, 2024년 879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257명이 늘었다.
그에 비해 수업교원 수는 지난해에 비해 불과 1명밖에 늘지 않았다. 결국 수업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23년 16.8명에서 2024년 23.1명으로 무려 37.5% 급증했다. 학급당 학생 수 역시 같은 기간 19.4명에서 26.6명으로 37.1%가 늘어난 상황이다.
◇ 강빛초 학생 수 작년 대비 250명 늘어…"내년에는 200명 새로 입학"
강빛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수가 보통 1학년은 교육감 방침상 보통 20명 내외인데 저희는 24명쯤 된다. 다른 학년은 거의 30명쯤"이라며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안 받을 수도 없고 (손길을 덜 받으니) 애들도, 교사들도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또 "내년에도 1학년 206명이 새로 들어오는데 학급이 부족하다"며 "교실이 아예 없어서 교육청에 교실을 지어달라 요청했지만 올해는 예산 편성이 안 돼서 힘들고 내후년(2026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내년 1년을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교육청과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강빛초등학교는 2021년 3월에 개교한 신축 학교로 교실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학교 측은 교실 뒤편에 있는 사물함을 밖으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식실마저 학생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해 결국 학교는 궁여지책으로 급식 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1~2학년은 4교시가 끝난 후 12시 전후에 점심을 먹고 3학년 이상은 5교시가 끝난 후 오후 1시쯤부터 점심을 먹는 식이다.
현재 강빛초에 3학년과 1학년 자녀가 다니고 있다는 학부모 최 모 씨는 "아이가 1시부터 1시 반 사이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대기가 많아) 시간이 짧다고 한다"며 "복도도 비좁다 보니까 이동 수업을 할 때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 "과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더니…아이들 학습권 보장되는지 의문"
학부모들은 강빛초의 '과밀' 현상이 사실상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강빛초 주변은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로 SH공사 주도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된 곳이다. 809세대로 구성된 해당 아파트 단지는 2020년 12월 분양 당시에만 해도 다자녀 특별공급만 79세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111세대로 전체 공급세대의 23%를 넘게 차지했다. 즉 입주 시기인 2023년 10월 이후에는 학령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해당 단지 외에도 주변에는 3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다. 여기에 더해 2027년에는 1305세대에 달하는 신규 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학령인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들은 청약에 당첨된 2021년 1월에만 해도 단지 바로 앞 공터에 새 초등학교(예비명 강율초)가 신설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 입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공터는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소유로 인근 공사 중인 다른 아파트 단지의 현장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학교 부지까지 마련해 놓았음에도 신설 문의에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수년째 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2026년에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라는 예비 학부모 강 모 씨는 "2021년 1월부터 '혹시 과밀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계속 문의했는데 (관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절대 과밀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며 "그런데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하니까 과밀이 현실화했고 전반적으로 아이들 학습권이 온전히 보장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 인근 다른 초등학교들도 이미 포화 상태…교육청 "다양한 방안 검토 중"
강빛초 주변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강빛초 다음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강일초등학교는 역시 2024년 학생 수가 609명, 학급당 학생 수 19.6명이다.
강일초는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1.4㎞, 도보로 약 24분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고 큰 교차로를 여러 번 건너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저학년 초등학생이 등하교하기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일초 인근에 2017년 개교한 강솔초등학교도 고덕강일3지구 개발사업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증하면서 '과밀'이 오랫동안 지적됐다. 강솔초는 올해 학생 수가 작년에 비해 100명이 넘게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일종의 '분교' 형태인 강솔초 강현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율초 신설과 관련, "학교 신설은 교육부 중앙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라며 "(미래)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통과를 못했는데 학교 신설이나 도시형 캠퍼스 등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겠지만 저희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모듈러 교실을 추가한다든지 교과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한다든지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과거에 예측했던 것보다 급격하게 감소하는 부분이 있어 학교 신설이 적절한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학부모님들이 신설해달라고 요구하지만 10년, 20년 앞만 보고 장기적 인프라인 학교를 지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전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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