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부터 경찰국 사태·이태원 참사"…제복 벗는 윤희근

경찰국 사태 안정적으로 수습…경찰 복지 확대 긍정적 평가
일각에선 "이태원 참사 도의적 책임졌어야"

윤희근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범죄예방 비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4.5.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55·경찰대 7기)이 9일, 33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복을 벗는다. 지난 2003년 경찰청장 2년제 임기제 도입 후 임기를 채운 경찰 총수는 윤 청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전임자인 김창룡 청장 등 8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청장직에서 내려왔다.

취임 후 경찰국 사태를 수습했고 경찰의 염원으로 불렸던 공안직 수준의 경찰 급여 인상, 복수직급제를 도입한 것은 윤 청장의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청장은 불과 7개월 만에 세 차례 계급 승진한 후 지난 2022년 8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치안총수로 임명되면서 '초고속 승진의 상징' 같은 인물로 평가됐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를 허용했다는 내부의 비판이 거세 임기 시작부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경찰국 신설은 행안부의 직접적인 경찰 통제로 이어져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었다. 그는 청장 취임 전부터 후보자 신분으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국 논의 사항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경찰국 대응을 총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윤 청장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경찰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경찰국 사태 초기 윤 청장과 일했던 경찰관들의 평가는 다소 다르다. 윤 청장이 나름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문위는 당초 일반 행정 공무원도 경찰국장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보통 출신인 윤 청장이 경찰 세 번째 계급인 치안감만 경찰국장을 맡도록 행안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검찰국 수준으로 권한이 막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2년 8월 출범한 경찰국의 존재감과 역할은 현재까지 크지 않다. 고위직 인사제청권이 있는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실질화하는 데 그쳤다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경찰국 사태로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윤 청장의 강점이 발휘됐다는 평이다.

공안직 수준의 기본급 인상, 복수직급제 도입 등 경찰 복지를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보직을 여러 계급이 맡는 복수직급제가 총경급으로 확대되면서 순경에서 경무관까지 승진 기간이 5년 단축돼 인력 부족과 인사 적체를 해소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경찰은 교정직 등 다른 공안직 공무원 평균의 96.5% 수준 기본급을 받아 왔지만, 이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일각에서는 기본직 인상과 복수직급제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사안이라 윤 청장의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복수직급제와 기본급 인상이 지난해 시행된 후 잡음 없이 안착했다는 점은 윤 청장이 평가받을 만한 대목이다.

윤 청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임기 내 성과로 경찰 조직의 수십 년 숙원사업이었던 공안직 기본급과 복수직급제를 시행하게 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정권의 코드에 맞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법상 경찰청장이 지역 내 다중 운집 상황에 대한 안전 관리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인 책임을 피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청장 자신도 임기 내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이태원 참사를 꼽았다.

윤 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회적 재난에 있어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되새기고 사회 전체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경찰을 그만두더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1968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 운호고와 경찰대(7기)를 졸업, 1991년 경위로 임용된 후 충북경찰청 정보과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1·2과장, 청주흥덕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경비국장, 경찰청 차장을 역임했다.

윤 청장은 경찰청장 취임 직후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청장도 경험하지 못한 후보자 시절을 혹독하게 치렀다"며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제23대 경찰청장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윤 청장은 경찰복을 벗었다.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를 방문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