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개저씨들, 양궁 경기장서 추태…소리 지르고 상대 선수 자극"

"무당된 듯 점수 외치고 카톡·벨소리 계속 울렸다"
"이탈리아·튀르키예 관중들이 제지…민폐 국가 등극"

'○○체육회'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건 중년 남성들이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경기에서 민폐 행동을 이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24 파리올림픽에서 양궁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싹쓸이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일부 한국 어르신들이 소리를 지르고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등 민폐 행동을 이어갔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누리꾼 A 씨는 지난 5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남자 양궁 개인전 경기에서 일어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며 겪은 일을 공유했다.

앞서 전날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32·청주시청)은 금메달을, 이우석(27‧코오롱)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A 씨는 "전 양궁 경기는 한국 선수를 볼 수 있고, 금메달 획득의 기회도 높다고 생각해 큰돈을 들여 카테고리 A 경기 티켓과 호스피탈리티가 포함된 패키지를 400유로 정도 되는 금액에 구매했다"며 "다른 인기 종목에 비하면 조금 저렴한 가격이지만 60만 원 정도"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뭔가 불안한 기운이 밀려왔다"며 "파리올림픽 관련 오픈채팅방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한국 어르신들 목소리가 경기장 초입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제발 근처만 아니길 바라며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적었다.

A 씨의 바람과 달리 해당 어르신들은 유니폼 같은 단복을 모두 맞춰 입고 카테고리 A석 제일 앞줄부터 3~4줄을 꽉 채워 앉아 있었다고. 관중석인 카테고리 A석은 선수와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운 위치다.

그는 "아무래도 금메달이 유력한 게임이니 한국인들도 참 많이 왔구나 싶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르신들도 열정이 있고,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근데 8강 김우진 선수, 이우석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면서 개저씨들의 추태가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양궁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니 슛하기 전에 조용히 해야 하는 건 어린애들도, 프랑스 노숙자도, 역에 있는 비둘기도 알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개할배들은 선수가 슛을 쏘기 전에, 장내 아나운서가 점수를 알려주기도 전에 무당이라도 된 것처럼 '나인!' '텐!'이라며 점수를 씨부렁거렸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처음엔 외국인들이 웃기도 하고 재미로 받아들였는데, 한국 할배들은 정도를 모른다"며 "이우석 선수가 10점을 쏘고 이탈리아 선수가 10점을 쏴야 동점이 되는 진지한 상황에 또 망할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인! 나인 쏘면 우리가 올라간다 이 말이야!'"라고 회상했다.

'○○체육회'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건 중년 남성들이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경기에서 민폐 행동을 이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결국 A 씨는 이때부터 들고 있던 태극기를 내려놓고 한국 사람이 아닌 척 응원도 하지 않았다며 "내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이 아니고 세계 민폐 국가로 등극하는 순간을 목도하게 돼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이탈리아 관중이 '쉬~'라며 조용히 하길 권유했지만, 문제의 중년 남성들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그 와중에 들리는 '카톡' 알림음. 아주 기가 막히다. 휴대전화 벨소리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더라"라며 "평생 가족에게 살갑게 전화 한 번 하지 않을 할배들이 이날만은 사랑꾼으로 변했다. 심지어 이우석인지, 김우진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냥 한국 선수로만 생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년 남성들의 이 같은 행동은 김우진 선수의 8강 경기까지 계속 이어졌다. A 씨는 "튀르키예 선수가 주어진 시간 안에 활을 쏘지 못하고 다급하게 화살을 쏠 때, 어르신들이 상대방을 자극하는 민폐 행동을 했다"며 "참다못한 한국 관중들이 자제하라고 했지만, 진상 할배와 함께 온 일행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그저 본인이 카메라에 잡히는지만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이때 튀르키예 관중이 나서 어르신들에게 "Shut up!"(입 다물어)이라고 외치자, 어르신들은 일순간 조용해지더니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A 씨는 "이 할배들의 정체가 궁금하실 텐데 놀랍게도 대한체육회 소속의 전국 지역자치단체 산하 체육회의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공적인 일로 나라의 세금으로 숙식과 경기 티켓을 제공받고 온 자들"이라며 "누구라고 이야기하진 않겠다. 이름표 차고 왔으면 최소한의 기본예절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할 정도의 비용을 태워서 이들을 지원해야 할 일인지, 이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전국 지자체에서 얻는 효용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라 망신 다 시키는데 무엇을 위한 경기 참관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