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밖은 가마솥 폭염인데"…5시간 배회한 발달·지적장애인 엄마 품으로

가끔 켜지는 휴대전화 신호로 위치 추적…5호선 탑승 확인
역사 CCTV 돌려보며 종착역으로 출동…"인명 피해 방지"

'서울경찰' 표기를 한 순찰차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새벽 5시 30분 집에서 나온 지적장애 아동 2명, 5호선 타고 이동 중'.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15분. 서울 강서구 방화3파출소에 공조 요청이 떨어졌다. 경기 의왕 고천동 집에서 함께 나온 발달장애인 A 씨(20)와 지적장애인 B 씨(18)가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배회하고 있어 이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최초 신고자인 A 씨 어머니는 이들이 사라진 5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A 씨 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걸어봤지만 어느 때엔 통화가 연결됐지만, 또 다른 때엔 전화기가 꺼져있어 애를 태웠다.

앞서 사안을 파악한 서울경찰청은 지속해서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실시하면서 이들의 휴대전화가 켜진 찰나에 강동, 영등포 등 위치를 파악했다.

이들의 이동 동선을 분석해 보니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탑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5호선 역사들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들이 내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폭염 특보가 발령될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 이들이 역을 빠져나가 바깥을 배회할 경우 탈수나 열사병이 올 가능성이 높아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A 씨는 제때 먹어야 할 약을 먹지 못한 상태라 더욱 위험했다.

공조 요청을 확인한 방화3파출소의 C 경감은 즉시 순찰차 2대, 경찰관 4명을 5호선 종착역인 방화역으로 출동시켰다.

경찰은 A 씨와 B 씨가 5호선 열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면 종점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출동한 경찰은 3분 만인 오전 11시 18분에 방화역에 도착했다. 경찰관 4명은 출입구 두 곳으로 인원을 나눠 개찰구 주변을 빠르게 탐색했다.

경찰이 도착한 지 3분 뒤인 오전 11시 21분. 역 개찰구를 막 빠져나오려는 A 씨와 B 씨가 포착됐다. 새벽부터 낯선 길을 나섰던 이들은 지칠 대로 지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파출소로 데려가 간식과 물을 섭취하게 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은 A 씨 어머니는 이들을 보자마자 울먹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은 A 씨 어머니로부터 약을 받아 파출소로 신속하게 전달했고, A 씨는 휴식을 취한 뒤 약도 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새벽부터 5시간 이상 서울 지하철 전역을 배회하던 이들이 폭염경보 속에 떠도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순찰차를 신속 배치하고, 세심하게 보호해 인명 피해를 방지한 우수 사례"라고 밝혔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