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경험 자랑, 호기심 자극"…SKY 마약 동아리, 일탈 욕구 건드렸다

"대학생들 해외여행·유학 중 마약 접해 심리적 장벽 낮아져"
명문대 학생 300명 가입한 연합 동아리서 집단 마약 투약 파장

이희동 서울남부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조유리 임여익 기자 =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마약을 구한다고 하니까.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명문대 학생 300명이 가입한 연합동아리 집단 마약 투약 사건이 밝혀진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교정에서 만난 황 모 씨(20)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황 씨는 "'○○'(연합동아리 명칭)은 처음 듣는다"면서도 "연예인 마약 사건이 많이 나오고, 드라마와 뉴스에서 요즘엔 온라인으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하니까 전혀 생각 없는 사람도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대학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집단 마약 투약 연합동아리'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지만, 마약에 대한 호기심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마약을 투약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는 없지만 관심은 없지 않다고 했다.

고려대 학생 임 모 씨(25)는 "해외 거주자 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해외에 있을 때 마약이 합법인 나라에서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자랑삼아서 얘기하곤 한다"며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나 외국인 학생들 영향으로 마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집단 마약 투약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A 씨와 20대 회원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단순 투약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됐다.

이 사건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니던 2021년 친목 목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한 회장 A 씨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학생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 차·고급 호텔·최고급식당(파인다이닝)·회원전용 숙소·음악 페스티벌 입장 등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며 동아리를 홍보했다.

5일 오전 9시26분 기준 집단 마약 투약 연합동아리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조직적인 마약 범죄가 동아리를 통해 대학가까지 파고든 건 대학생들의 사회관계와 일탈을 향한 욕구를 자극한 수법이 통한 결과로 해석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관계가 많이 단절된 대학가의 20대들이 고립감과 결핍을 일탈 행위로 해소한 것"이라며 "젊음의 에너지가 해소되지 못한 취약한 상황을 노리고 마약을 퍼뜨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유혹에 평범한 학생들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홍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유학이나 해외여행을 일찍 다니며 마약을 목격하거나 경험하기도 한다"며 "학생들은 '내가 마약을 한번 해봤다'며 일탈 행위를 또래 집단에 자랑하는 심리가 있지만 유해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이 유학 또는 해외여행 중 대마를 경험하고 '마약은 합법'이란 인식을 가질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마약은 어느 나라에서도 불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중 법무법인 영동 변호사는 "'대마가 합법이라더라', '마약은 다른 나라에서 합법이다'라는 주장은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필로폰 등 모든 마약은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