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금치' 정신질환 노인 수용자 사망…인권위 "건강권 침해"

"교정 질서만 우선시한 징벌…독거구금 징벌 제한해야"
인권위, 만성질환 수용자 관리 프로그램 개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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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지난해 4월 한 구치소에서 정신질환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60대 수용자가 장기간 과도한 금치 징벌로 인해 건강권을 침해받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5월 31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A 구치소장에게 노인 수용자 등 건강 취약 계층에 대한 징벌 제한과 건강 상태 확인 강화 등 관리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정신질환과 고혈압 등을 앓고 있던 피해자 B 씨(68)는 지난해 2월 입소 후 소란행위 등을 이유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장기간 징벌방에서 분리 수용된 생활을 한 지 약 두 달 만에 고혈압성 심장병과 연관된 급성 심장사로 사망했다.

이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B 씨가 장기간 금치로 몸이 쇠약해져 있었는데도 해당 구치소 측이 충분한 진료와 응급상황 대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7월 진정을 제기했다.

A 구치소장은 사고 당시 근무자가 B 씨에게 컨디션을 물었을 때 '괜찮다'고 했고, 당일 새벽 2시와 새벽 5시 순찰 시 B 씨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을 근무자가 확인했으며 B 씨가 기상 시간에 엎드려 누워 있는 것을 발견 후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응급조치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2위원회(이충상 소위원장)는 "B 씨는 이감 후 사망 전까지 대부분 시간을 징벌방에서 분리 수용 및 금치 생활을 했는데, 이러한 장기간 금치가 피해자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토나 고려 없이 규율 위반에 대해 관행적으로 금치 징벌을 부과했다"고 판단했다.

또 "정신건강 전문의 자문 없이 과도한 금치 처분을 하는 등 A 구치소장이 수용자의 교정·교화보다 교정 질서만을 우선시한 징벌을 실시해 B 씨의 건강권 등을 침해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B 씨 사망 사실에 유감을 표하며 교정시설 내에서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례를 교정시설에 전파하고 건강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정신·지체 장애 수용자, 기타 건강 취약 계층 수용자에 대해 독거구금 형태의 징벌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노인 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조사수용, 금치, 보호장비 사용 등이 이뤄지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만성질환 수용자 관리 프로그램을 교정시설 현실에 맞게 개선·시행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