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장애인 복지·대한민국 생존, 교육이 관건"

[민선 8기] 발달장애인 교육센터·꿈더하기 학교 등 장애인 교육 투자
교육재단 출범·문래동 첨단 AI산단 조성 등 '과학 교육'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지난달 23일 영등포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전자 드럼 체험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학교는 나가기 싫어도 이 곳은 매일 오고 싶어요."

지난 달 23일, 영등포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는 태블릿을 활용한 '이빨 닦기' 게임이 한창이었다. 서너 명의 발달 장애인이 태블릿 속 영상을 보며 치아 모형에 부지런히 칫솔질을 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플라스틱 이빨 하나가 '뚝' 소리를 내며 떨어지자 웃음보가 터졌다.

"칫솔질은 매일 해야하는 일인데, 좀 더 부드럽게 해야겠죠?"

활동을 이끌던 발달장애인 돌봄 전문가가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평생교육센터는 정규 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곤란하거나 이를 거부한 학생들이 대신 다닐 수 있는 대안 시설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발달 장애인 36명을 돌본다.

이날 센터를 찾은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이빨을 주웠다.

최 구청장은 이용 정원과 근무 인력을 확대해 평생교육센터를 지난해 2월 현재 위치로 확장 이전한 후 수시로 이곳을 방문해왔다. 이날 학생들은 최 구청장을 보자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다.

영등포구는 장애인 복지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개관 당시 발달장애인의 중·고등학교 학력을 인정하는 전국 유일 기관이었던 '꿈더하기 학교'를 2013년부터 1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장애인 300명에게 연 35만 원씩 '평생교육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엔 시각장애인 전용 쉼터 '해바라기'도 개소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한 최 구청장의 동기는 비교적 단순했다.

그는 "교육 기회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지원이 곧 정의"라고 역설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지난달 23일 영등포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공예 수업을 함께하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뉴스1

최 구청장의 신념 아래 구는 최근 영등포 장애인복지관에도 증강현실을 도입한 '스마트발달 트레이닝센터'를 개소했다. 관내 발달장애인 전수조사를 거쳐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질적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도 마쳤다.

최 구청장은 "문화생활에서도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여의도 봄꽃축제 때 '무장애 관광투어'를 운영하고 관내 44개 학교에 장애인을 위해 체육시설을 개방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장애인 지원 규모는 당연히 앞으로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발달장애인들이 일상·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점이 '최호권표' 장애인복지시설의 특징이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최 구청장의 과학 행정가로서의 이력에서 비롯했다.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그는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어 주인도 한국대사관 총영사로 재직하며 인도의 IT·우주과학 기술을 살핀 뒤 과기부로 돌아와 국립과천과학관 단장으로서 공직을 마무리했다.

최 구청장은 "여러 경험을 해보니 앞으로 모든 일자리와 가치가 거기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는 이미 AI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며 "판교 테크노밸리조차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정도로 엄연한 현실이어서 과학 교육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우리 사회의 생존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지난달 23일 영등포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에서 한지 공예 수업에 함께하는 모습. (영등포구 제공)ⓒ 뉴스1

그는 전국 246곳 지자체 가운데 단 서너 곳만 운영 중인 교육재단을 올초 출범하고 △관내 모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관 이용권 지원 △유아과학놀이터 '서울상상나라' 유치 △일본 JAXA 츠쿠바 우주센터·대만 TSMC 이노베이션 뮤지엄 방문캠프 등 공격적인 과학교육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 문래동 산단 이전 뒤에는 해당 부지에 첨단 AI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AI·로봇 관련 시설과 카이스트 서울 캠퍼스, 글로벌 IT기업 한국 지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특히 과학 인재들이 선호할 만한 직주근접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강과 어마어마한 녹지, 새로 들어설 문래 예술의 전당까지 직주근접의 모든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며 "올해 조례 개정으로 준공업 지역 용적률도 250%에서 400%로 높아져 재건축이 매우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최 구청장은 AI 등 시대적 변화로 실업을 마주한 청년 세대에 대해서는 "사회가 제공했어야 하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지 청년 세대의 탓이 아니다"라며 "자치구가 왜 교육에 나서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되새기겠다"며 과학 교육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