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 멘 소방대 '쿵쿵'…현관문 빠루 자국도 고맙다" 전기차 화재 입주민의 글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한 주민이 소방관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선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최우원 작가는 지난 2일 '화마가 지나고 난 후 고마움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최 작가는 먼저 "피해가 큰 이웃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글을 시작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5분쯤 화재 경보가 4~5회가량 울렸고, 최 작가는 1층 자택에서 나와 연기 냄새가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마주친 경비원으로부터 "119에 신고했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돌아간 최 작가는 "정말 빠르게 소방서에서 오셨다. 그래서 금방 화재가 진화되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최 작가 집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소방관 2명이 찾아와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위험하니 빨리 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 2층으로 뛰어갔다고.

최 작가는 "산소통을 메고 저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뛰어다니며 화재를 알리시다니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현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면서 "그래도 우리나라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고 적었다.

당시 벤츠 전기차에서 난 불은 사고 발생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피해 규모는 140여대로, 40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손해를 입었다.

최 작가 집 문 앞에 남은 빠루 자국. (온라인 커뮤니티)

집 밖으로 대피해 볼일을 보고 온 최 작가는 오후 6시쯤 돌아왔을 때 화재가 모두 진압됐지만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매캐한 연기와 냄새, 집안 곳곳에 분진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크든 작든 (주민들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더운 날 고생해 주신 소방관님들, 경찰관님들에 비하면 이런 불편함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파트 입주자 대표 임직원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아파트 정상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생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아파트는 여전히 단수 상태고,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집 차량 피해도 확인 안 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화마가 지나간 후에 느껴지는 고마움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동시에 "새벽까지 혹여 남은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머물러 주신 소방관님들, 주민 통제를 위해 힘써준 인천서부경찰서 분들, 식수 공급을 위해 물을 나눠준 인천 서구청 분들, 새벽까지 입주민들과 상담을 진행해 준 아파트 입대위분들 그리고 우리 동은 피해가 적은데도 자신들의 피해보다 1층인 우리 집의 피해를 더 걱정해 주시며 물어봐 주시는 입주민분들이 참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현관문에 찍힌 빠루 자국을 보며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며 "소방관들이 안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철문을 친 흔적이다. 패인 흔적을 보며 얼마나 이분들이 진심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두들겼을까"라고 재차 고마워했다.

끝으로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아마도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재산 피해는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모든 것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것"이라며 "다만 딱 한 가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지금 내가 느끼는 소방관분들, 경찰관분들, 구청분들, 따뜻한 이웃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만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