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남고생과 눈맞은 女교생…소문 막으려 친구 동원, 결국 죽음에
'묘한 관계' 알려질까 '자퇴 후 검정고시' 권유 [사건 속 오늘]
절친에게 교육 맡겨…공부 소홀히 하자 끓는 물 부어 화상 사망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0년 전 오늘인 2014년 9월 24일 대법원 9월 24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30)에 대해 원심과 같이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A 씨와 공모,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친구 B 씨(29)와 B 씨의 남자 친구 C 씨(30)에 대해선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에게 가한 상해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심과 같이 폭행치사죄를 무죄로 보고 상해죄만 적용해 각각 징역 2년형과 징역 8월형을 확정했다.
2012년 봄 강릉 모 고교 1학년생 D 군(15)은 교생실습을 나온 여선생님 B에게 첫눈에 반했다.
B도 청와대 경호원이 꿈이라는 172㎝, 100kg의 듬직한 체구의 D 군이 호감을 표시해 오자 살갑게 대했다. 그러다가 선생님과 제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B와 D가 묘한 관계다'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B는 '혹시 이 일로 교사의 꿈이 물거품 되지 않을까'라며 전전긍긍했다.
이에 B는 D 군이 강릉을 떠날 경우 소문이 잦아질 것으로 판단, 함께 교생실습을 나온 고향 친구 A를 끌어들였다.
교생실습 후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가게 된 B는 D 군 부모에게 "아들 성적을 책임지고 올려 주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대일 집중 과외를 받는 길이다"며 아들 자퇴를 권했다.
이어 자퇴한 D 군과 함께 인천으로 온 뒤 친구 A에게 "D 군을 맡아 검정고시에 합격시켜 달라"고 부탁, D 군을 A의 원룸에 머물도록 했다.
고교시절 B와 절친이었던 A는 친구 따라 강릉의 사범대학에 올 만큼 B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고 의지했다.
B는 심리적으로 약한 A를 완전 장악하기 위해 대학1년 때인 2009년 '미국 유학생' E 씨를 온라인을 통해 A에게 소개해 줬다. E는 B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로 B는 E의 이름으로 채팅, A를 들뜨게 했다.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B에 완전히 장악당하고 있던 A는 D군과 자신의 원룸에서 기묘한 동거를 하는 불편함도 E와의 채팅을 통해 날려 버렸다.
인천에 남자친구가 있던 B는 D 군을 자신에게 떨어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 검정고시에 합격시키는 길이라고 판단,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켜라'며 심리적으로 약한 A를 다그쳤다.
B의 압박을 받은 A는 2013년 8월 하반기 고졸 검정고시에 D 군을 합격시키겠다며 몰아붙였다.
D 군이 한눈을 팔 때면 폭행을 가했고 때로는 B, C도 합세해 D 군을 때렸다. D 군은 흠모하는 B의 '검정고시에 붙은 뒤 함께 살자'는 말을 믿고 때리면 맞았다.
2013년 6월 29일, 119에는 "사람이 죽어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는 화장실에서 알몸 상태의 D 군이 얼굴과 온몸에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D 군의 직접 사인은 화상에 따른 패혈증이었다.
경찰에서 A는 "6월 27일 새벽 1시쯤 D 군이 성폭행을 시도, 골프채를 휘두르고 마침 끓이고 있던 보리차를 부어 막았다"며 당시 장면을 찍은 휴대폰 동영상을 제시했다.
C가 찍은 동영상에는 A가 "보리차 안 끓이고 있었으면 나 죽을 뻔했어. 성폭행당할 뻔했어"라고 소리치자 D 군이 "옷 안 벗겼다. 제가 그냥 당했다. 누나가 먼저"라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A는 "성폭행 시도는 없었다. D 군이 공부를 하지 않아 끓는 물을 붓고 때렸다"고 실토했다.
2013년 12월 20일 1심인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상동), 2014년 6월 13일 2심인 서울고법, 2014년 9월 24일 3심인 대법원은 나란히 A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7년형을 내렸다.
B와 C에 대해선 상해치사죄가 아닌 상해죄만 적용했다.
A는 1~3심에서 "B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고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지금은 이들 모두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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