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에게 두 임금 없다"…유도 銀 허미미는 독립투사 허석의 5대손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29일 오후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7.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이상철 기자 =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은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유도의 막힌 혈을 뚫은 에이스 허미미가 조선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명재상 허조의 후손이자 독립운동가인 허석 선생의 5녀 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1910년 7월 경술국치를 당하여 망국의 한을 품고 있던 허석은 일본인들의 한국 이주가 매해 늘어나고 우리의 이권이 침탈되어 가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를 분개해 여겨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 상을 알리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1918년 8월쯤 군위군 의흥면으로 통하는 도로 부근의 눈에 잘 띄는 암벽에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충(忠)은 곧 생명을 다하는 것이요 마땅히 힘을 다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섬기는 도(道)와 임금을 섬기는 마음은 우리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임금이 다른가. 너희들은 우리나라 일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닌, 즉 나라 잃은 백성이라 어찌 아픈 노릇이 아니겠는가, 너희가 어찌 원수가 아니겠는가. 너희들은 일시에 진멸(盡滅)코자 하노라"라는 내용의 격문을 붙여 동포들의 항일의식을 고취시켰다.

하지만 이에 따라 허석은 일제 경찰에 체포돼 1919년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으며 만기 출옥 후 3일 만에 63세 나이로 순국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82년 대통령 표창,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허석의 후손인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 6세 때부터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유도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는 명문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이던 2021년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했다.

세계랭킹 3위인 그는 30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크리스타 데구치(1위·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팽팽한 힘겨루기 끝에 위장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세 번째 지도를 받고 반칙패를 당했다.

이 체급에서 한국 여자유도가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1996 애틀랜타 대회 은메달리스트 정선용 이후 28년 만이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