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직협 "선배들 떠난 자리에 초임 수사관…실적 평가로 목 졸라"

"실적 위주 평가, 수사 기간 단축되지 않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망 경찰관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장시온 기자 =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최근 열흘 사이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를 시도한 일이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일선 경찰관의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고 실적 중심의 줄 세우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직협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숨진 경찰관을 추모하는 묵념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조직 개편에서 현장 경찰들이 계속 반대했는데도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로 인력을 발령해 현장 인원이 감축됐다"며 "장기 사건 처리 하위 10%에 달하는 팀장을 박탈하는 등 목 조르는 실적 위주 평가로 현장 경찰에 대한 압박도 가해왔다"고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비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지난 18일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송 모(31)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 모(43) 경감은 지난 19일 오전 사무실에서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6일 사망했다.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고 모(28) 경사도 지난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6일에는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40대) 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직협은 특히 수사과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며 인력을 보강하고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직협은 "초임 수사관들은 아직 수사력이 부족하지만 국수본으로부터 감찰 압박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받는다"며 "실적 위주의 평가를 중단하고 초임 수사관이 두려움 없이 적응하도록 교육 프로그램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초임 수사관이 많은데 수사 경찰 선배들은 다 떠나고 알려줄 사람이 없다"며 "떠나가는 경찰이 아니고 수사과에 정착하고 휴일엔 가족과 쉬는 직장을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실적 위주의 평가를 폐지하면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적 위주의 평가를 한다고 수사 기간이 단축되지는 않는다"며 "실적 위주 평가가 없더라도 다른 보완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