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잊었나"…보일러룸 관객 밀집 '5명 호흡곤란' 아수라장

소방 당국 "사람 너무 많다" 신고 접수…안전 우려 공연 중단
주최측 "장소 인원 제한 원칙 준수"…"실내 행사 매뉴얼 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게시된 28일 보일러룸 2024 공연 현장 사진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음악 공연이 과도한 인파가 몰려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최 측이 수용 가능 인원보다 많은 티켓을 판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서울 성동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20분쯤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음악 공연 '보일러룸 서울 2024'(보일러룸)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공연은 오전 4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안전상 이유로 오전 1시쯤 중단됐다. 관객들은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해산 안내에 따라 귀가했다.

인명 피해는 다행히 없었지만 5명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해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받았다.

보일러룸 공연은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페기 구의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관객들은 공연장 내 과도하게 밀집된 인파 사진을 올리며 주최 측이 공연장 수용 인원보다 많은 티켓을 판매한 데다 현장 관리도 미흡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소셜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실내 온도가 40도 같았다고 느낄 만큼 사람이 많아 점점 무서웠다" "패널식 건물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3층에서 진행되는 페기 구 공연 때 방방 뛰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주최 측이 감당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등 사진과 영상으로 공연 방문 사실을 인증하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최 측이 공연 장소인 에스팩토리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을 넘어서 티켓을 판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게시된 28일 보일러룸 2024 공연 현장 사진 갈무리. ⓒ 뉴스1

누리꾼 A 씨는 "밖에서 줄 서다 들어가지도 못한 사람도 많다. 대체 누가 공연 수요를 책정하고 '오버 셀링'(수용 인원보다 더 많은 티켓을 판매)한 건가. 트라우마가 도져서 나왔다"고 올렸다. 누리꾼 B 씨는 "야외도 아니고 실내 공연에 몇백 배를 오버셀링해야 사람이 숨막혀 실려나갈 정도냐"고 말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에스팩토리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D동 면적은 1층 433평(1401㎡)인데, 스탠딩(서서 보는 공연)의 경우 1400명까지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2개 층을 사용했다고 하면 최대 2800~3000명인데 티켓 가격별 시간차를 두고 입장하고 재입장이 불가능했던 터라 인원을 더 통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가 불과 2년 전 발생했던 만큼 미숙한 관리가 더욱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리꾼 C 씨는 "이태원 참사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공연장 수용 인원보다 많은 티켓을 팔아 호흡 곤란 환자까지 발생하게 한 주최 측에 화가 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22년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압사 사고다.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입었다.

주최 측은 의혹을 부인하며 공연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일러룸 측은 이날 관객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행사 장소 인원 제한 원칙을 준수했으나 지역 경찰 및 소방 관계자들로부터 안전상 이유로 공연 진행이 제재됐다"며 "다음번에 페기 구 공연을 최대한 빠르게 다시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보일러룸 공연과 같은 실내 스탠딩 공연 행사는 과도한 인원이 몰리면 대피가 어렵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만큼 실내 사고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내 행사의 경우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어도 그 안에 갇힐 수밖에 없어 많은 인원이 몰리면 위험하다"며 "정부 차원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을 계속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