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냉방비 지원·안부 확인하는 서울 지자체

서울 올해 첫 '폭염경보'…습도 높아지며 체감온도 급상승
서울시, 냉방비 193억 지원…중구, 쪽방촌에 매일 생수 3600병

25일 한 시민이 양산으로 햇빛을 피하며 낮잠을 청하고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효된 서울 지역에 당분간 33도 이상의 폭염이 예보됨에 따라 서울시와 관내 자치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서울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33~35도가량의 낮 기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나기가 내려 대기 중 습도가 80~10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비가 내리는 날에는 체감온도가 기온보다 2.5도가량 높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날 폭염경보 발효에 따라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폭염 종합지원상황실의 대응단계를 1단계(5개반 7명)에서 2단계(8개반 10명)로 강화했다.

관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32만 가구)와 차상위계층·한부모 가정(5만 가구) 등 약 37만 가구에는 가구당 5만 원씩 총 193억 원의 냉방비를 현금 지급하기로 했다.

관내 주요 간선도로·일반도로 1973㎞에는 190여 대의 물청소차를 동원해 하루 2~3회씩 물청소를 실시한다. 필요할 경우 민간 임대차량까지 동원해 살수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물청소는 도로면 온도를 6.4도, 주변 인도 온도를 1.5도가량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돌봄이 필요한 취약 어르신에게는 격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직접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핀다.

노숙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숙인 밀집지 관리 인력과 거리노숙인 상담·순찰을 확대한다.

또 서울시 발주 공사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오후 2~5시에 야외 작업 중단 원칙을 적용한다.

관내 자치구도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봉구는 폐지수거 어르신들에게 매달 7만 원씩 3개월간 냉방비를 지급한다. 저소득층에는 선풍기도 보급한다.

중구는 쪽방지역 6곳에 '생수냉장고'를 설치해 매일 3600병의 생수를 쪽방주민들에게 무료로 공급한다.

서초구는 취약계층에게 과일, 얼음물, 호박죽, 직접 담근 여름김치는 물론 삼계탕 밀키트, 참기름, 참치 등 식료품을 대거 지원한다.

한편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가 올해 인구집중 주요 도시 2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폭염 조사에 따르면 서울 폭염일수가 30년간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2023년 서울(김포공항)의 기온이 35도를 초과한 날은 총 84일로, 10년씩 나눠보면 1994~2003년 9일, 2004~2013년 17일, 2014~2023년 58일로 나타났다.

터커 랜드만 IIED 선임 연구원은 "서울은 녹지 공간 접근성 개선과 건물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