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이던 상추 12만원"…채솟값 급등에 무료급식소 힘겨운 여름
"재료 뺄 수도 없으니 다른 비용 절약해야"…시민 후원 '동아줄'
- 김민수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장시온 기자 = "봄에 3만 원이던 상추 4㎏이 이젠 12만~15만 원 정도로 올랐어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고영배 사회복지 원각 사무국장은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는 채솟값에 무료급식소 운영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인원은 그대로인데 식재룟값이 치솟다 보니 운영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무료급식소에서 먹는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이들이 많아 반찬 수를 줄이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고 사무국장은 "우리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97%가 어르신들"이라며 "점심에 270~300명이 이용하는데 어르신들에게 소홀히 음식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적상추 소매 가격은 100g에 2107원을 기록해 일주일 만에 56.3% 올랐다. 깻잎은 100g에 2550원으로 1주일 전보다 17.3% 상승했다. 시금치는 100g에 1675원으로 1주일 전보다 17.5%, 평년보다 53.5%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향후 채소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여 무료급식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단체들은 "그렇다고 해서 음식이 부실해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김미경 밥퍼운동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채소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다고 토로하면서도 "날이 덥고 장마철이라서 어르신들의 경우 영양 보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재료를 쉽게 줄일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비용을 어떻게든 절약하거나 적극적인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복지재단 관계자는 "우리는 개인 후원자들이 많아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대신 줄일 수 있는 비용과 인력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고 사무국장은 "비빔밥의 경우 상추가 있어야 맛이 살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줄여서라도 넣고 있다"며 "제육볶음의 경우 비교적 저렴한 양배추를 쓰는 등 사정에 맞게 식단을 짠다"고 설명했다.
결국 무료급식소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적극적인 후원이 전부다. 고 사무국장은 "식자재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결국 후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매일 블로그에 활동 일지를 열심히 올리고 있고, 실제로 일지를 보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웃어 보였다.
김 부본부장은 "(채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존과 다르지 않게 끼니를 준비한다"며 "그렇다 보니 봉사자분들이나 시민들에게 후원을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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