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가 짖어도 대형견은 그냥 갔다…가족 찾는 식용견[최기자의 동행]
개농장 누렁이 보호하는 아크 바자회 하던 날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왈왈왈왈~"
"아이고, 그래. 말티는 참지 않지. 하하~"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작디작은 몰티즈(말티즈) 종의 강아지가 짖어댔다. 이를 본 사람들은 짖지 말라고 하면서도 "귀엽다"며 웃었다.
하지만 비애견인들이 보면 놀랄 수도 있는 상황. 5㎏도 채 안 돼 보이는 몰티즈가 자신보다 훨씬 큰 개를 향해 짖어서다. 제아무리 '말티즈는 참지않긔"라고 해도 저러다 물림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었다.
대형견은 의젓했다. 몰티즈는 짖었고 대형견은 그냥 자기 길을 갔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는 것처럼.
이날 인포메이션까페에서는 제4회 아크보호소 후원바자회가 열렸다. 아크보호소는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서 구조된 대형 식용견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조된 250마리 중 100마리 정도는 해외 입양을 보냈고 현재 125마리가 남아 있다. 남은 개들은 수년간 1평도 안 되는 개농장 자리의 비좁은 공간에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개들의 보호를 위해 후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보니 바자회를 열게 됐다.
바자회장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대형견은 참 얌전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기대기도 했다. 다른 개들이 옆에 와도 신경쓰지 않았다. 한 마리로 '개무시'한 것.
지난 2월 국회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 종식법)'이 통과되면서 더 많은 식용견 출신 개들이 새 가족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크보호소의 개를 임시보호하다가 반려견으로 입양한 사람도 바자회를 찾아 '대형견은 다 무섭다'는 인식은 편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희 씨는 "집에서 13세 소형견 요크셔테리어 또깡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크에서 지난해 임보한 동익이를 반려견으로 입양했다"며 "동익이는 크기만 클 뿐 또깡이보다 순하다"고 말했다.
이날 아크보호소는 교보생명 광화문현판 대표 작가로 유명한 박병철 작가와 '아름다운 나라' 노래로 친숙한 성악가 신문희 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바자회를 진행한 이지은 기획위원장은 "장소 대관을 도와주신 강소영 교수님을 비롯해 박병철 작가님, 신문희 성악가님 등 많은 분들이 바자회를 후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개농장 출신이라고 하지만 모두 착하고 순하다. 더 많은 분들의 후원과 봉사자 분들의 소중한 손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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