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교수 "36주 아기 낙태는 살인…낳고 가만 놔둬도 사는데"

유튜버 A 씨는 지난달 말 임신 36주차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공개하면서 낙태사실을 알려 '영아 살해'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한 유튜버가 '900만원을 들여 임신 36주된 아이를 낙태했다'며 유튜브에 공개한 것에 대해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명백한 살인 행위다'며 분노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안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7일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임신 36주 된 아기라면 자궁 안을 거의 가득 채우는, 최소 2.5㎏ 이상은 됐을 것"이라며 "그때 출산해서 가만히 놔둬도 살 수 있는 아기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영상 조작 가능성에 대해 홍 교수는 "영상을 보니 조작은 아닌 것 같다"며 "초음파 영상을 본 산부인과 원장님이 '이 아이는 낳아야 된다'라고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조작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가 해당 유튜버에 대해 영아 살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한 상황과 관련해 홍 교수는 "저도 이건 거의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환자도 문제지만 말리지 않은 주변 분들, 도와준 의료진 다 문제로 이런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참담하고 슬픈 현실이다"고 개탄했다.

모자보건법상 성폭행 피해 등 특수한 경우 허용되는 낙태 임신 주수에 대해 홍 교수는 "임신 24주 이내"라며 "다만 201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선 '임신 22주의 태아가 사람에 가깝다'라는 표현을 했고 의료현장에서는 임신 22주 넘는 아기들을 살려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임신 22주만 돼도 생존이 가능할 만큼 의학이 발전했다"는 것.

유튜버 A 씨는 지난달 24일, 27일에 '총수술 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으로 올린 브이로그를 통해 △24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 △ 단순히 '살이 많이 쪘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임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내시경을 예약하고 내과에서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 당시 임신 36주 차였다 △ 중절 수술을 해 줄 곳을 찾아 헤매다 900만원을 주고 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던 A 씨는 활동명을 바꾼 뒤 지난 10일과 13일 '바스크 치즈케이크 만들었던 그냥 일상', '비가 엄청 많이 왔던 날'이라는 제목의 브이로그 영상을 다시 게재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