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들의 참혹한 삶…병든 닭으로 만든 복날 삼계탕, 그만"
동물해방물결-LCA, 닭 밀집 사육 실태 공개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병든 닭으로 만든 복날 삼계탕, 이제 그만 먹을 때."
'동물해방물결'과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초복인 15일 삼계탕 생산에 이용되는 삼계(백세미)의 밀집 사육 실태를 잠입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조사 결과, 닭들은 밀집 사육되고 도살장으로 실려 가는 과정에서 고통과 학대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다습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키워지는 닭은 대부분 깃털이 빠지고 발바닥 피부염에 걸려 있었다.
카니발리즘(동족간 포식)으로 상처 입고 각종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으로 질병에 걸린 닭들은 치료 없이 방치됐다. 사육장 안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단체에 따르면 '백세미'는 고기를 생산하는 육계(종계) 알을 생산하는 산란계(실용계)를 교잡해 만든 종이다. 한 달여 만에 삼계탕 생산에 용이한 체중(평균 800~850g)과 크기로 성장하도록 개량된 백세미의 대량 사육은 국내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복날이 시작되는 7월 한 달간 평소보다 2배 많은 백세미가 사육, 도축됐다.
주요 조사 대상지였던 B농장(D기업 위탁)에서는 닭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농도의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했다. B농장에서 측정된 바닥 암모니아 가스 농도는 99ppm 이상으로,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5조에서 정하고 있는 암모니아 농도 기준(25ppm 이하)을 초과하는 수치다.
A농장(H기업 위탁)과 B농장에서는 외미거저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외미거저리는 닭의 피부에 상처를 입히고 살모넬라, 대장균 등 세균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H기업의 '동물복지 생닭' 제품에서 발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B농장의 경우 작업자가 살아있는 닭의 목을 비틀어 '도태'시키는 학대 정황이 포착됐다. 목이 비틀린 닭은 몸부림치며 죽음에 이르렀다. 도태된 닭의 사체는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폐기물관리법 관련 조항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처리됐다.
'닭고기'로서의 가치가 없는 닭을 사육장 내 방치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도 드러났다. 성장이 더디거나 병약해 도축장으로 이송되지 않고 남겨진 닭들은 농장의 문이 모두 개방된 상태에서 먹이와 물 없이 수일간 방치됐다. 동물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는 행위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병들어 사육된 닭이 삼계탕이라는 건강 보양식으로 둔갑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며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는 윤리적이고 건강한 복달임 문화를 선택하고, 정부는 축산업의 밀집 사육 관행을 종식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농장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 사체 무단 투기 등 법적 위반 사항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점검과 단속,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반려동물로 여겨지는 강아지·고양이뿐 아니라 축산업에서 고통 받는 동물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닭고기 대기업 H, D, O에 각각 계약된 삼계 위탁 사육 농가 세 곳(충청·전라 소재)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이다.
한편 동물해방물결과 LCA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4 복날추모행동'을 개최했다.
집회 현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복날에 치킨, 삼계탕으로 소비·도살되는 닭을 애도하고, 윤리적인 복달임 문화의 확산을 주문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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