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려 구더기 들끓던 고양이…휴가 포기한 가족들 '뭉클'
탯줄 달린 채 구조된 꼬물이의 성장 이야기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가족들과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그물에 걸린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휴가를 포기한 사연이 알려져 뭉클함을 자아냈다.
구조 당일부터 약 40일간 구조자가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육묘 영상은 누리꾼들에게 '마음 졸이며 정주행하게 되는 영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0일 전남 여수에 사는 김효정 씨 가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고흥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간 나들이에서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바닷가 근처 밭을 둘러싼 돌 더미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괴로워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효정 씨 가족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보통 어린 고양이는 어미가 찾고 있을 수 있기에 지켜봤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고양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이미 길에서 구조한 반려묘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효정 씨 남편이 울타리를 넘어가서 보니 고양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돌더미가 무너지지 않도록 쳐놓은 그물에 고양이의 온몸이 감겨있었다. 게다가 눈도 뜨지 못하고 탯줄까지 달린 상태였다. 고양이 주변에는 파리 떼가 들끓었다.
"일단 살려야겠다. 동물병원으로 가자!"
온가족이 만장일치로 나들이를 포기했다. 너무 작아서 한 손안에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를 두 손으로 포개고 평소 알고 있던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살아만 달라'고 기도하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로 달려 도착한 동물병원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동물병원 수의사는 "너무 새끼인 데다 이미 온몸이 구더기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집에서 돌보더라도 3주를 넘기면 기적"이라고 했다.
그렇게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가족은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구더기 박멸부터 들어갔다.
새끼 고양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체온유지다. 체온을 유지하며 칫솔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몸에 달라붙은 파리알과 구더기를 떼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가 버텨주기를 온 식구가 간절히 바라며 한 시간에 걸쳐 제거 작업을 끝냈다.
몸무게는 겨우 76g에 불과했다. 병원에서는 두시간 간격으로 수유해야 한다고 했다. 수유 후에는 트림시키기, 배변 유도하기 등 새끼 고양이를 돌보기란 쉽지 않았다.
예약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 중인 효정 씨가 수업이 있을 때는 남편과 세 명의 자녀가 돌아가며 고양이를 돌봤다.
'고양이가 혹여 잘못될까' 숨 쉬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도 포기하며 지냈다. 그간 서툴던 수유 실력도 늘었고 새끼 고양이의 눈도 떠졌다. 드디어 고비라는 3주 차를 맞이했다.
효정 씨는 "3주를 넘기면 기적이라 했기에 이날을 엄청나게 기다렸다"며 "이름도 이때 짓자고 미뤘다가 3주 지나자마자 '재원'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재미나게 원 없이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육묘 25일 차, 재원이는 몸무게 400g을 넘었다. 낯설어하던 반려묘 '미키'도 재원이를 점점 받아들였다.
재원이는 점점 분유도 떼고 불린 사료도 먹기 시작했다. 35일째에 간 다른 동물병원에서는 어린 고양이를 잘 돌봤다는 칭찬도 들었다. 재원이의 성별이 암컷인 것도 확인했다.
효정 씨는 재원이의 구조 순간부터 시작한 육묘일기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상으로 매일 기록했다. 재원이와의 첫 만남인 구조 영상은 약 1만 5000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매일 올라온 육묘 영상에는"묘생역전의 현장" "진정한 고양이 확대범" "구조부터 정주행하는 중" "감동적인 드라마 한편 같다" 등 재원이가 잘 자라주길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효정 씨는 "재원이를 돌보느라 온 가족이 뜬눈으로 밤을 새웠던 게 엊그제 같다"며 "이제는 재원이 재롱을 보느라 온 가족이 뜬눈으로 지낸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늘로 구조 43일째 기록 중"이라며 "계속해서 미키랑 재원이랑 우리 가족의 행복한 추억이 채워질 수 있길 감사한 마음으로 빌어본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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