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 '관광객 야간 통금' 조치 시행… 엇갈린 찬반 목소리
'오버 투어리즘' 지적에…일부 지역 오후 5시부터 관광객 통행금지 조치
"주민 배려해야" vs "매출 직격탄"…관광객 어떻게 구분? 실효성 지적도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소곤소곤 대화해 주세요', '올라오지 마세요'
5일 북촌 한옥마을 일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은 관광을 위해 몰려든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는 가운데 한글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적힌 표지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음,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본 주민들이 설치한 것이다. 종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약 664만 명에 달한다.
지나친 '오버 투어리즘(과도한 관광이 지역주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주민의 일상을 위협하자, 종로구는 지난 1일 북촌 한옥마을을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월부터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일부 지역에서 오후 5시부터 관광객 통행이 제한된다. 시범 실시를 거쳐 내년 3월에 정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7월부터는 전세버스 통행 제한구역도 생긴다.
특히 가장 인파가 많은 북촌로11길(3만4000㎡)은 '레드존'으로 지정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게 된다.
북촌로5가길(2만6400㎡)과 계동길 일대(3만4000㎡)는 소음 등을 유발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이 집중되는 ‘오렌지존’이다.
북촌로12길(1만1700㎡)은 집중 모니터링 지역인 '옐로우존'으로 정해졌다.
◇주민들 대체로 환영…외국인들도 이해하는 분위기
주민들은 대체로 한옥마을의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컸다.
북촌 한옥마을 인근 주민인 60대 A 씨는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며 "관광객에 고통받던 주민들에게는 기분 좋은 소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주민 30대 B 씨도 찬성 의견을 조심스레 밝혔다. B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견이다"며 "나도 이곳에서 장사를 하지만,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을 찾은 몇몇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야간 통행금지 정책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한옥 앞에 놓인 표지판을 보고 스스로 목소리를 낮추거나 대화를 멈추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한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던 스위스 관광객 로마나는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배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심 지역을 여행할 때는 항상 조심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기념품 가게 앞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관광객 안드레이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이미 관광객들에게 추가로 관광세를 부과한다"며 야간 통행금지 정책에 찬성했다.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도…정책 실효성에도 '의문'
하지만 모두가 이번 한옥마을의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관광객의 저녁 통행이 제한되는 레드존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행금지로 관광객이 줄어들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촌로11길에서 박물관과 카페를 운영하는 권영두(60대·남) 북촌 동양문화박물관 관장은 "관광객들은 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사람들"이라며 "통행금지 시작인 5시부터 박물관이 문을 닫는 7시 30분 사이에 발생하는 손해는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실질적으로 관광객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데이트를 위해 한옥마을을 찾은 이지원 씨(24·남)는 "저녁 시간에 완전히 관광객을 막는다는 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유 모 씨도 "이런 야간 통행금지 정책의 효과는 미비하다"며 "오히려 낮에 시끄럽게 하는 관광객들을 계도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다"며 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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