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된다던 전셋집이 가압류…"'3개월 전 등본'은 못 걸러내"

부동산 업계 “매번 등본을 뗄 수 없는 상황”
등본 발급 – 확인 사이 ‘3개월 시차’ 문제 해결해야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2020.8.2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20대 직장인 윤 씨는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HUG 청년버팀목·보증보험 전액 가입 가능한 물건입니다.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광고를 보고 공인중개사와 서울 성동구 소재 주택을 찾았다. 하지만 귀가 후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6월 24일 가압류된 집이었다. 통상 임차목적물에 가압류·경매 등 권리침해가 있는 경우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그는 “HUG 대출이 되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는데 ‘네이버 확인 매물’이라는 문구를 보고 기대를 품었다가 헛걸음했다”며 분노했다.

실제 4일 공인중개사와 함께 해당 주택을 찾아가 봤다. 매물을 살펴보며 중개사에게 HUG 버팀목 대출이 가능한지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가압류 사실을 아는지 묻자 “광고를 올릴 당시엔 가압류가 없었다”며 임대인에게 확인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뒤 “10일이나 15일쯤 (가압류) 해지 예정이고 이미 계약 완료된 호실들도 있다”고 말했다.

중개 문의를 받을 때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냐는 질문엔 “서울 전역의 매물을 취급하다 보니 매번 (등기부등본을) 뗄 수는 없다”며 “안 알려주셨으면 놓칠 뻔했다”고 답했다.

해당 매물은 6월 24일에 가압류됐다. 하지만 플랫폼 광고에는 ‘7월 1일 네이버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가 소위 ‘안전한’ 매물임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엔 2024년 2월 기준 네이버 포함 27개 사가 참여 중이다.

KISO 측은 가압류 이후 ‘네이버 확인’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확인 기준이 되는) 등본 유효기간을 3개월까지 두고 있다”고 답했다. 4월 4일에 발급한 등기부등본으로 7월 4일에 ‘확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관계자는 “2개월이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3개월로 늘었다”며 “부동산 불경기라 유효기간이 짧으면 등본을 자주 떼야 해서 비용이 는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잦은 등본 발급이 어려운 부동산 업계와 세입자의 사정은 충돌한다. 윤 씨는 “HUG 대출이 가능한 매물이 너무 적어서 하루 차이로 가계약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사회초년생은 중개사와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등본 유효기간인 3개월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등포구에 전셋집을 구한 20대 노 씨도 “안 그래도 HUG 대출이 되는 매물을 구하기 힘든데 막상 가보면 말이 달라져서 허탈하고 힘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 문제 등으로 특히 사회초년생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등본의 유효기간을 줄이든가 보다 손쉽게 매물의 법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론 임차인 자신의 권리보호가 필수적이라며 “결국 임차인이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등 직접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