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 '막대기 살인' CCTV 끔찍…쓰러진 피해자, 그냥 돌아간 경찰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3년 전 스포츠센터 대표가 직원의 몸을 막대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의 CCTV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200여 차례 넘게 폭행하는 장면과 경찰의 초동대처 모습이 어땠는지 고스란히 담겼다.

3일 JTBC는 지난 2021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동 스포츠 센터에서 대표가 부하직원을 막대기로 찔러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CCTV와 사건 기록이 처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20대 직원 고재형 씨가 바닥에 술을 흘리자, 대표 한 모 씨가 고 씨의 머리 위에 올라타거나 목을 조르고 주먹과 발로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 씨는 맨몸 폭행으로는 부족했는지 곧 청소기 봉을 떼어와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봉이 휘어질 때까지 때리던 한 씨는 봉을 집어 던지고 다시 체육용 플라스틱 막대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고 씨가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이자 생수통의 물을 얼굴에 붓기도 한 한 씨는 피해자의 바지와 양말을 벗기고 계속 무차별 폭행을 이어가다가 경찰에 신고했다.

"어떤 변태가 와서 폭행한다"고 신고를 하면서도 폭행을 이어간 한 씨는 잠시 뒤 문제의 막대기를 고 씨의 몸에 넣었다. 이후로도 폭행을 계속하던 그는 살인 도구인 막대기를 뽑아 현관에 던져 놨다.

50분간 이뤄진 200여 차례의 일방적인 폭행에 대해 한 씨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한 씨는 살인죄로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고 씨의 유족들은 여전히 살해 동기와 사망 경위,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 등이 풀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유족 측은 사건 당시 경찰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고 씨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유족에게 살해 장면만 보여준 경찰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건 뒤에야 전체 CCTV를 공개했다.

공개된 CCTV에는 신고 19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두 명의 경찰관 모습이 보였다. 당시 고 씨는 바지가 벗겨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고, 바닥 곳곳엔 피가 떨어져 있었다. 또 혈흔이 묻은 막대기가 문 앞에 있었으나 현장에 도착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 2명은 고 씨의 옷으로 하반신을 가리고 1분 넘게 고 씨의 심장이 뛰는지 확인했다.

이어 2분 뒤 서울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현장에 도착했고, 마포서 경찰들은 현장을 벗어났다. 서대문서 소속 경찰 4명은 현장에 10분 정도 머물렀으나 고 씨의 상태는 살피지 않았다.

한 씨와 대화를 나누던 경찰은 고 씨의 안경을 주워 쓰러진 고 씨의 몸에 던졌고, 피가 묻은 살해 도구를 들어 촬영까지 했지만 그 외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갔다.

이후 한 씨는 쓰러져 있는 고 씨 옆에서 잠이 들었고 아침이 돼 119에 신고했다. 오전 11시에 조사를 시작한 경찰 과학수사대는 고 씨의 사망 시각이 4~8시간 전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처음 경찰이 도착했을 때 고 씨가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족 측 변호인은 "어떤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를 경찰이 다가가서 1분 30초 이상 살펴봤는데 그 사람이(피해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당연히 경찰이 알 수 있었을 거라고 보이고, (사망했다고 판단했다면) 그 뒤에 그 경찰관들은 철수도 절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충실히 복무했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