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데려다주던 아빠 생각 난다…가슴 미어져" 시청역 앞 고교생의 쪽지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고등학생이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추모 공간에 "아빠가 생각난다"며 고인들을 애도하는 쪽지를 남겨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뉴스1은 시청역 교통사고 현장에 붙은 한 학생의 추모글을 포착했다. '근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밝힌 이는 노트를 찢은 종이에 또박또박한 글씨로 애도 글을 적어 도로 가드레일에 붙였다.
쪽지에는 "어쩌면 퇴근 후 밥 한 끼 먹고 돌아가고 있던 그 길에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유명을 달리한 9명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이어 "어제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저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아침부터 1시간 반 거리를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주신 아빠께 감사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주심에 감사드린다"며 "그곳에서는 여기서 못 누렸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사시길 바란다. 유가족분들께서도 평화와 안심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동시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연습장은 비로 인해 군데군데 물에 젖었지만, 고등학생의 진심 어린 애도가 뚝뚝 묻어났다. 쪽지 아래쪽엔 국화꽃과 박카스, 비타500 등이 놓여있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학생의 표현 방법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들은 "이런 일에 공감해 가슴 아파하는 자기에게 도취해서 쓴 글", "여기서 '감사하다' '못 누렸던 부귀영화' 표현이 맞는 거냐", "솔직히 내가 유가족이었으면 기분 나쁠 거 같다", "호상이어도 호상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게 예의인데 사고로 죽은 사람들한테 남들 다 보는 추모글에 저런 표현이 맞나" 등 학생을 비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런 글은 그렇게 엄한 잣대로 평가하고 지적하기보다 같이 공감하고 아파하는 게 좋다", "추모글에도 훈수질이냐", "학생 입장에선 자기가 느낀 점 최선을 다해 명복을 빌며 쓴 편지일 텐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내용 보면 진정성 있다. '감사합니다' 하나 때문에 저기까지 가서 손 편지 쓰고 붙인 사람한테까지 뭐라고 하냐" 등 댓글을 남겼다.
한편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1일) 오후 9시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건너편 일방통행 4차선 도로인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했고 6명이 다쳤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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