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안 했으면 빨간줄, 나뿐일까"…동탄 20대 '성범죄 누명' 벗고도 씁쓸

(유튜브 '억울한 남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성범죄자로 몰려 경찰 수사를 받은 20대 남성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자신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아간 신고자와 경찰로부터는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씁쓸한 마음을 표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했던 20대 남성 A 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사건 종결의 결정적 이유는 신고한 B 씨(50대·여)가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자백한 데 따름이다.

이날 A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전부 여러분 덕분"이라며 "여러분의 관심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지 않았을 거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없고 심장이 옥죄이면서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다"며 "참다못해 오늘 정신과 진료를 받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혐의없음' 메시지를 받았다. 해방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억울한 남자')

A 씨는 다만 "사건이 커지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급하게 대충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며 "저는 '혐의없음' 문자만 달랑 받고 신고자에게도, 경찰에게도 아무런 사과도 못 받았다. 분명 수사에 잘못된 점이 있었으면 사과하겠다고 공문 올라온 걸로 아는데 별말이 없다"며 찝찝한 마음을 드러냈다.

A 씨는 영상 댓글을 통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영상에 충분히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제가 경찰 찾아오자마자 녹음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냐"며 "여전히 강제추행죄로 입건된 줄도 모른 채 손가락만 빨고 있었을 거다. 그러다 강압적이고 범인으로 확정 짓는 듯한 그분들의 압박에 빨간줄 찍찍 그어지지 않겠나"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저 같은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분들이 제게 사연을 많이 보내주신다"며 "제게 도움을 구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저는 온갖 난리를 치고 겨우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힘없는 20대 청년이라 이 사실이 그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10분께 경기 화성지역 소재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 인근 관리사무소의 여자 화장실에서 B 씨를 몰래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A 씨는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게 될 상태에 놓이자, 자신을 찾아온 경찰과 나눈 대화 전체를 녹음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후 CCTV 증거와 B 씨의 자백 진술로 결국 B 씨의 무고임이 밝혀졌으나, B 씨의 허위 신고로 인해 A 씨는 한순간 성범죄자로 낙인찍힐 뻔했고 그러한 B 씨를 위해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누리꾼의 거센 질타를 받아야 했다.

한편 화성동탄경찰서는 B 씨를 무고죄로 수사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한편, A 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던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내부 감찰을 통해 처분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