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헤어진 3세·15세 남매, 56년 만에 극적 상봉…"126명 모두 조회"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6·25 전쟁으로 미아가 된 남매가 헤어진 지 56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경찰청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6·25 전쟁 미아가 된 남매, 56년 만의 아름다운 상봉'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15일 70대 김 모 씨가 "6·25 전쟁 당시 헤어진 누나를 찾고 싶다"며 서울 서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아왔다.

철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던 남매는 김 씨가 세 살, 누나가 15세일 때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미아가 된 남매는 유엔군에게 구조돼 서울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러나 김 씨가 갑작스레 입양되면서 남매는 생이별하게 됐다. 약 16년 뒤, 김 씨가 입양된 집으로 누나가 찾아왔지만 스치듯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렇게 또다시 헤어진 남매에게 56년이란 세월이 흐르게 됐다. 서울서부경찰서 여수민 경사는 "김 씨의 사연을 듣는데 너무 안타깝고 꼭 찾아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김 씨가 75세고, 누나와는 열두 살 차이 난다고 했다. 그 시절에는 호적이 분명하게 등록되지 않았을 수 있어서 아래, 위로 한 살씩 더 보태 (누나의) 출생 연도를 1936~1938년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부합하는 대상자가 126명 조회됐고, 사망자를 제외하니 77명으로 나와 전국 65개 경찰서에 협조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국 경찰서 민원실 직원들이 한마음이 돼 누나로 추정되는 대상자를 일일이 확인한 지 약 한 달 뒤,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남매가 헤어졌던 장소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경찰은 헤어진 사연, 헤어지고 나서 서울 어느 지역 보육원에 있었는지, 살아생전 부모님 성함 등 10가지 질문을 준비해 확인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김 씨와 모두 일치한 그 사람을 김 씨의 누나라고 확정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난 11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56년 만에 재회했다. 80대가 된 누나는 김 씨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며 눈물을 터뜨렸다. 김 씨는 "잘 살았어요 누나"라며 누나의 손을 꼭 잡았다.

김 씨는 "이산가족 만남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아, 나는 이걸 신청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부럽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체념하고 있다가 경찰서에 신청하니까 한두 달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두 달이든 그 이상이든 괜찮다고 했다. 근데 바로 얼마 후 연락이 왔고 누나를 찾았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여 경사는 "오랫동안 헤어져 계셨던 시간만큼 앞으로 서로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많이 나누면서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