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아니면 '삐' 경고음…카드 찍고 앉자" 시민 제안에 서울시 '난색'

서울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는 모습.  ⓒ News1
서울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는 모습. ⓒ News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최근 부산시에서 임산부가 지하철 배려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돕는 휴대전화 앱 '핑크라이트'를 출시한 가운데 서울 지하철에서도 관련 센서를 설치하자는 시민 제안이 나왔다.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는 지난 5일 '임산부 좌석 태그 시행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올라왔다.

글쓴이 김 모 씨는 "임산부 배려 정책의 하나로 임산부 지정석 제도가 시행된 이래 임산부가 아님에도 임산부석을 이용하는 일반 승객으로 본래의 취지가 몰각되고 임산부석 운영 제도가 형해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산부석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일반 좌석에서 배려를 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임산부석에 착석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고 임산부석 좌우 측면에 카드 태그기를 설치하자"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임산부는 보건소 등에서 발급받은 카드를 태그한 후 착석하고, 임산부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승객이 착석하면 '삐' 소리와 함께 "임산부 카드를 태그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음성을 내보내는 원리다.

김 씨는 "임산부 카드를 태그하지 않으면 좌석 하단에서 불빛이 나오게 설계하자"며 "임산부 카드를 앱과 연동할 수 있도록 연계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산부석을 비워두는 관행을 배려가 아닌 의무화함으로써 임산부 지정석 제도를 다시 활성화하고 시민 의식을 제고할 수 있다"며 현행 체계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제도를 당장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 승객이 임산부석에 앉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으며, 반복적으로 불빛이나 경고음이 날 경우 다른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타지역보다 규모가 큰 서울 지하철의 모든 임산부 배려석에 해당 장치를 설치할 경우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아 난색을 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인위적 장치 도입을 검토한 바 있지만 장치 설치 시 교통약자 배려석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착석 대상을 강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성별 갈등이나 세대별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설치비 46억원과 유지보수비 연 2억원을 고려할 때 공사는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을 통해 시민 인식이 개선되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