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앞 출근 옆집 여성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 살해

"성폭행 후 서로 대화, 자고나니 죽었더라" 발뺌[사건속 오늘]
'성욕 과다' 전과 3범…법원, 무기징역 선고·화학적 거세 명령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19년 8월 4일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무리 살펴봐도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을 볼 때 무기징역이 부당하다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40)의 상고를 뿌리치고 1,2심과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 형을 확정했다.

또 1심과 2심 판단과 같이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금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화학적 거세 명령(10년간 성 충동 억제 약물치료)도 내렸다,

대법원이 형을 줄여줄 정황을 찾다가 포기했을 만큼 A의 범행은 악랄했다.

◇ 같은 층 사는 50대 주부…출근 위해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참변

A는 2018년 5월 1일 아침 7시 40분쯤 자신이 살고 있던 부산시 연제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하던 A는 새벽부터 술을 마시다가 부족, 술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같은 층 이웃 여성 B 씨(54)를 발견했다.

나쁜 마음을 품은 A는 팔뚝으로 B 씨 목을 감싸 움직이기도 소리치지도 못하게 한 뒤 강제로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B 씨는 사력을 다해 버텼으나 욕구에 눈이 뒤집어진 A를 막지 못했다. 욕심을 채운 A는 B 씨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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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한 적 없던 분이"…직장 동료 112 신고

B 씨의 직장 동료는 지각 한 번 한 적 없는 B 씨가 출근하지 않자 오전 9시 40분,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통해 B 씨가 외부로 나간 흔적이 없는 것을 발견, 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A만이 유일하게 연락이 닿지 않자 수상하다가 판단, 강제로 문을 열고 집안을 살폈다.

그 결과 다용도실 냉장고 뒤편에 숨겨놓은 B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 살해 후 도망친 범인, 동생 설득으로 자수…"성폭행 후 서로 대화, 자고나니 죽었더라" 발뺌

시신을 냉장고 뒤편에 숨긴 A는 B 씨의 가방과 옷을 챙겨 자기 부친 집에 던져 놓고 도망쳤다.

경찰은 A 행방을 찾는 한편 가족들에게 자수를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다.

A는 친동생의 설득 끝에 2일 밤 10시 30분, 부산 연제경찰서에 자수했다.

하지만 A는 성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해 사실만큼은 강력 부인했다.

A는 "B 씨 목을 뒤에서 팔로 감아 2차례 졸랐고 입을 테이프로 수차례 붙였다 떼었을 뿐이었다"면서 "성폭행 뒤 B 씨와 정상적인 대화까지 나눴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고 일어나보니 B 씨가 숨져 있었다"며 "내가 죽인 게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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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검 결과 '혀가 돌출될 만큼 심한 경부압박' '목 주위에 다수의 손상'…고의적 살해

하지만 부검결과 A가 고의적으로 살해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 B 씨의 혀가 돌출된 점 △ B 씨 목 앞과 뒷부분에 경부 압박에 따른 다수의 손상이 있는 점 등을 볼 때 "의도적으로 아주 강하게 목을 졸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부검 결과를 통보했다.

◇ 사실혼 관계 여성 강간 등 성폭행 전과 3범…전자발찌 착용

조사 결과 A는 성폭행 전과 3범으로 10년 이상 옥살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혼 관계, 교제 여성을 상대로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방법으로 성폭행한 A는 형을 마친 뒤 3개월 뒤 다른 성범죄로 또다시 실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2017년 1월 전자발찌 부착 해제 조치를 받은 지 1년 4개월도 못 돼 A는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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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험 사이코패스, 성욕 과다…1심부터 화학적 거세명령

A는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또 '성욕이 지나치게 높다'는 감정 결과도 받아 들었다.

이에 2018년 12월 21일 1심인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무기징역형과 함께 화학적 거세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평범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직장인인 여성을 가학적·변태적 방법으로 다발성 열창을 가하고 잔혹하게 목숨을 앗아갔다"고 질타한 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B 씨가 겪었을 고통은 가늠하기가 어렵고 가족과 친지 역시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극심한 아픔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A는 반인륜적 행위를 속죄하기보다는 죄책을 덜어내기에만 급급했고 진정한 속죄와 용서도 구하지 않았다"며 "이 모든 정황을 종합할 때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된 상태로 살면서 자기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며 사는 것이 합당하다"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A의 성적 관심이 일탈적인 점,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준으로 나온 점을 볼 때 약물치료 등 특별한 조처가 필요하다"며 화학적 거세를 명령한 이유도 설명했다.

2심도 "다른 성범죄로 10년 이상 복역한 자로 반성과 기회를 제공받았으나 다시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1심 형량과 화학적 거세 명령 등을 유지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