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되기, 겁먹지 말기…" 일하다 숨진 19세 메모장에 미래계획 빼곡 '울컥'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전주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대 작업자의 메모장이 공개됐다. 그가 생전 남긴 메모에는 미래 계획 등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10대 작업자 A 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쯤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배관실에 쓰러져 있던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A 씨는 며칠 동안 가동이 중지됐던 설비의 재가동을 위해 육안으로 설비 이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설비실로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A 씨의 수첩을 공개했다. 수첩에는 회사 생활, 자기 계발 등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A 씨는 2024년 목표로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예체능 계열 손대보기(미술, 사진, 브이로그, 다이어리 꾸미기, 유튜브, 영상편집)' 등을 적었다.

인생 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편집 기술 배우기', '카메라 찍는 구도 배우기', '사진에 대해 알아보기', '악기 공부하기',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등을 목표로 했다.

그는 통장도 분리해 경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추정됐다. '월급 및 생활비 통장', '적금 통장', '교통비 통장', '비상금 및 경조사 통장' 등 목적에 따라 통장을 따로 분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그는 언어 공부와 경제 공부, 독서에 대한 열정도 드러냈다. 또 매달 월급과 생활비를 꼼꼼히 적어 자산 모으기 계획을 세웠다.

이외에도 회식을 앞두고 적었을 건배사도 담겨 있었다. 메모장에는 '조심히 예의 안전 일하겠음. 성장을 위해 물어보겠음.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잘 부탁드립니다. 건배'라고 적혀 있었다.

메모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 아프다. 열심히 성실히 인생을 살고 싶은 저 소박한 바람들이 너무 안타깝다", "앞날이 창창할 나이에. 너무 안타깝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너무도 건실한 청년인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A 씨의 유족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20일 "입사 6개월 만에 만 19세 사회초년생 청년이 업무 수행 중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사측은 개인의 문제로만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측은 억울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A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