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년…피해 입어도 신고 10명 중 1명 불과

"참았다" 60% "회사를 그만뒀다" 23%…신고해도 오히려 불이익
"대다수 피해자 보호받지 못해…사용자가 적극 문제 해결해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피해 이후 회사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직장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4년 2분기 기준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어떤 형태로든 신고가 이뤄진 것이 10.3%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중복 응답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신고를 한 피해자 비율은 더 낮을 수도 있다.

한편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0.6%로 가장 많았고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응답은 27.2%,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23.1%에 달했다.

신고를 포기한 응답자의 53.9%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들었고, 32.9%는 '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실제로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들은 절반가량이 회사 내에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사실 확인 후 피해자 의견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8.8%였다. 오히려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51.2%로 나타났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여전히 대다수 피해자는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신고를 하면 보호는커녕 오히려 보복 조치를 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사용자는 단순히 판단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시켜야 하는 책임자"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