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없던 장애인 탈시설, 올해부터 서울시가 관리한다

과거엔 퇴소절차 천차만별
올해부터 전문가 상담으로 단계별 분류…7월부터 탈시설 수요 전수조사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대전시 서구 한마음의집 장애인복지시설을 방문해 연말연시 화재안전 예방대책을 현장 점검하는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시가 기준 없이 진행하던 장애인 탈시설에 올해부터 일관된 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 면담이나 자립체험 등의 단계별 구분을 통해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률적인 탈시설은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 달부터 시내 중증·유형별 거주시설 39개소에 거주 중인 장애인 1873명에 대한 '탈시설 수요 조사'에 나선다. 거주시설 이용장애인 자립지원 절차가 올해부터 변경되는 데 따른 전수 조사다.

8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12월까지 이용자 유형을 분류해 실제 탈시설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서울시 목표다.

서울시는 그간 시설별로 일률적 기준 없이 진행되던 탈시설 절차를 올해부터 시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자립 의사를 보이면 시설 관계자끼리 퇴소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많았다. 장애 당사자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필요한 준비나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 채 장애인이 시설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올해부터는 장애인이 자립 의사를 보이면 의료진 등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 장애 당사자·시설 측과 심층 면담을 하고 건강 상태·일상생활 수행도 등을 바탕으로 3단계로 분류한다.

'우선 자립'으로 분류되면 곧바로 자립이 가능하다. '단계적 자립'인 경우 5년간의 연습 기간 뒤에 자립을 하도록 한다. 탈시설 전 자립생활 체험 시설인 '체험홈' 등에 머무르며 적응 기간을 갖는다. '시설 거주'로 판단되면 탈시설이 거부된다.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에 대해서는 전문가, 장애 당사자, 시설 측이 모두 참여하는 '시설 자립지원위원회'가 맞춤형 자립 계획을 세워주고 단계별 이행을 돕는다.

자립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지속해 부적응이 확인되면 시설 재입소를 지원한다.

탈시설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이번 정책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등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인권조약인 CRPD는 협약 당사국들이 모든 장애인에 대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할 것 △지역사회로의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하지 않을 것을 명시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번 정책의 방점이 탈시설 절차 '합리화'에 찍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외부 감시 없이 시설별로 퇴소 절차가 천차만별이었다"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퇴소를 하더라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