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병원에 있으면서 '휴진'…환자 외면 의사 필요 없다"(종합)
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암 수술 또 미뤄지나" 불안
"휴진 뉴스 나오면 심장이 덜컹"…18일 빅5 병원 일제히 휴진
- 박혜연 기자, 김종훈 기자, 배수아 기자
(서울·성남=뉴스1) 박혜연 김종훈 배수아 기자 = 17일 '집단 휴진'에 나선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일부 환자들에 대한 진료가 진행됐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진료 전면 중단 가능성에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특히 서울대 교수진들의 중증 환자들에 대한 진료 유지 방침에도 환자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 채 진료 정상화를 호소했다.
◇"교수, 병원서 대기?…아픈 환자에 대한 농락"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뉴스1과 만난 A 씨(45·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정은 모르지만 치료하실 거면 나와서 (진료)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교수님들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오히려 그건 아픈 환자에 대한 농락이라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어머니의 관절 수술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A 씨는 "옛날에 전쟁이 나도 의무병은 안 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의사는 아픈 사람을 고치는 데 중점을 두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의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수개월간 이어진 의료대란에 무기한 휴진이 더해지자 진료나 수술이 또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비뇨기과 수술을 앞둔 어머니의 보호자로 온 B 씨(30대 여성)는 "일부러 서울대병원으로 온 거라 다른 곳으로는 못 간다"며 "(휴진 영향 때문에 미뤄지면)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원래 (어머니가) 3월 4일에 수술을 받으셨어야 했는데 당시 의료대란 때문에 이미 한 번 수술이 연기됐다"며 "암 전이가 걱정되는 상황이라 또 미뤄지면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요양병원에서 온 60대 여성 김 모 씨는 "휴진은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 불안하다"며 "저는 암 진단을 받고 제 순서대로 밟아와서 다행인데 새로 (발병한) 분들은 진단조차 못 받고 있으니까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 교수의 약 55%가 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교수들은 응급·중증 질환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환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씨는 "(응급·중증 질환 진료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말에) 전혀 공감이 안 된다"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는 거지, 의사가 있어서 환자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환자를 보고 나서 요구할 것을 관철해야지 환자를 내팽개치고 나가면 누가 호응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대병원 내부는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소 사람들로 꽉 들어찼던 외래 접수처 앞 대기 의자에는 20여 명만 앉아 있어 빈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보호자는 "평소 1시간 넘게 대기했는데 오늘은 오히려 대기시간이 줄고 주차 공간이 널널해서 편했다"고 전했다.
휴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C 씨는 "뉴스 보고 불안했는데 정상적으로 진료한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며 "저희 진료를 보는 교수님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C 씨는 "사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가 의사셨다"며 "윤리적으로 (휴진이) 맞나 싶다.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집단이기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픈 분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너무 (의사들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진료 취소' 문자에 분통…"첫 진료 이후 못 받는다고"
집단 휴진에 들어간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무기한 휴진에 진료·수술 일정이 뒤로 밀린 환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진료 취소' 문자가 도착했다.
경기 안성에서 왔다는 김 모 씨(63)는 "난 방사선(영상의학)과를 다니고, 아내는 척추 진료를 보러 다닌다"며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보러 다니는 입장에서 파업이나 휴진 뉴스가 나오면 심장이 덜컹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진료 취소' 문자에 아내의 약 처방만 받으려 했다가 마침 담당 교수가 있어 자신도 겨우 진료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원에서 어머니의 뇌혈관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박미현 씨(50대)도 이날 서울대병원 휴진에 마음을 졸인 건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휴진' 문자가 없기에 일부러 새벽부터 서둘러 왔다"며 "아침 일찍 첫 진료를 받았는데, 이후부턴 교수가 휴진해 진료를 못 받는다고 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누나의 암 검사를 하러 이곳 병원에 온 이 모 씨(60대)는 "검사받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며 "누나가 5년 만에 암이 재발해 조영제 주사를 맞으러 왔다. 휴진 뉴스를 보고 걱정했는데 검사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설문조사 당시 전체의 60%가 조금 넘는 교수진이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으로 이날부터 휴진에 동참한 교수진은 이보다 적은 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이날 오전 기준 수술실 가동률이 평소보다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진료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는지는 아직 파악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오늘 하루가 지나 봐야 실제 교수들의 휴진율이나 진료 가동률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휴진'이라고 해서 피부로 느끼기 전반적인 분위기에 큰 차이가 있다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학병원장들에게 교수들의 진료 거부 불허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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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는 '빅5' 병원 중 나머지인 연세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울산대 의대 교수도 일제히 휴진한다. 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하는 한편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검토도 요청할 예정이다.
d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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