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왜 따라갔냐"…남친에 성추행 당한 여중생, 학폭위서 2차 가해
- 김송이 기자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남자 친구의 강제 추행을 거부한 여중생이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으나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야 열린 뒤늦은 학폭위원회에서는 2차 가해성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샀다.
14일 SBS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생 김 모 양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해 4월 동급생 A 군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A 군은 김 양의 첫 남자 친구였는데 동의하지 않은 신체 접촉이 일어난 것이었다.
김 양은 "(A 군이) 중학생 정서에 맞지 않는 스킨십을 하려고 하니까, 그때마다 거절했다. 그러니까 '이러는 게 싫으면, 네가 다른 거 할 걸 생각해 오라'고 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 양은 성폭행까지 당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김 양은 "(A 군이) 저를 강제로 힘으로 밀쳐서 옥상 바닥에 눕히고 손을 옷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며 "그래서 저는 걔 뺨을 때리고 떨어졌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혼자 고민하던 김 양은 학교의 한 선생님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처음 알렸으나, 지난 1월 졸업식까지도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신고받은 사람이 보호자와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신고를 받은 교사는 학교와 교육청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가해자 부모에게만 알렸던 것이었다.
2월에는 'A 군이 다른 여학생을 불법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단체 대화방 등에 유포했다'는 동급생들의 제보가 피해자와 해당 중학교에 들어왔다. 학교는 뒤늦게 조사에 나섰지만 A 군이 휴대전화 공개를 거부하면서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피해자 부모가 강하게 항의하면서 피해자와 A 군이 모두 고등학생이 된 뒤에야 교육청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처음 열렸는데 당시 회의에선 2차 가해성 발언이 이어졌다.
인근 학교 교장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요즘 학생들은 신체 터치는 동의하지 않나?", "옥상에서 뭘 요구할지 예측이 되는데 따라간 이유가 무엇이냐?", "왜 진작 신고하지 않았냐?"며 피해자를 다그쳤다.
김 양의 어머니는 "성인들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딸도 당하면 똑같이 얘기할 수 있을까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당시 A 군은 학폭위에 인근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인 어머니와 함께 출석해 "연인 간의 스킨십으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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