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지대' 없는데…민간건축물 16%만 내진 설계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78.1%…민간은 강제할 방법 없어
공사비 20% 지원하지만 금액 부담 높아 꺼리는 경우 많아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지역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12일 전북자치도 부안군 계화면 한 중학교 담벼락에 금이 가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불렸던 호남권에서도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율이 20%도 채 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진 보강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내진 설계 기준법 등을 지속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 대책을 추진한 결과 공공시설물 내진율 78.1%를 달성했다. 반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16.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건축물과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건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 보강에 대한 법령이 강화되기 이전 지어진 건축물에는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다.

건축법상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 대상 기준은 1988년 처음 정해졌으며 2017년 이 기준이 강화됐다. 기준에 따르면 연면적 200㎡ 이상이거나 2층 이상의 건축물과 단독·공동주택 등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다. 그 이전 지어진 건물에 대해선 내진 보강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행안부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공사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금이 비교적 적어 건축주들이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진 보강 공사비의 경우 정부 10%, 지자체 10% 등 약 20%를 지원하고 있다.

내진성능 확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건물의 '건강검진'이라고 불리는 '내진성능 평가' 비용을 90% 지원하고 있는데, 민간 건축주들의 참여율이 비교적 높았다.

2019년부터 건물 총 367건의 내진 성능평가를 지원했으며 올해도 약 13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다. 내진 보강 공사에 대해서도 약 15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신청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진성능 평가의 경우 많이들 혜택을 보고 있는데 내진 보강 공사는 비용이 크다 보니까 안 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보강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용적률·건폐율을 상향 적용하는 등의 인센티브 주고 각종 기준을 완화해 주는 식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진 설계 기준이 되는 관련법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 교수는 "세제 혜택이나 일부 보험제도로 민간이 내진 보강을 더 할 수 있게 유도할 수는 있지만 결국엔 인식 문제"라며 "건물이 무너지면 결국엔 내가 손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사회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