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 따라간 여고생 '비밀 알바 덫'…머리카락 잘린 주검으로
강진 여고생 고액 알바 제안에 따라나섰다 희생[사건속 오늘]
'사실혼 여성만 4명' 용의자 세상 등져…'계획적 성범죄' 결론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6년 전 오늘 강진의 한 소녀는 자신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빠 친구의 솔깃한 고액 아르바이트 제안에 집을 나섰다. 하지만 당시 자신에게 물질적 제안을 했던 50대 그 '삼촌'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인해 성적 대상이 돼버린 소녀는 결국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 아빠 친구의 알바 제안…"아무에게도 알리지는 말아라"
사건 발생 4일 전 12일 오후 고등학교 1학년인 이 모 양(16)은 하굣길에서 자신에게 접근한 아빠 친구 김 모 씨(51)를 만나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김 씨는 용돈이 필요했던 이 양에게 아르바이트 하나를 소개해 줬고 이 양은 이를 승낙한다.
이 양은 실종 하루 전 15일 친구에게 SNS 메신저를 통해 "아빠 친구가 알바를 하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메신저 잘 보고 있다가 여차하면 신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건 당일 오후 1시쯤 집을 나선 이 모양은 친구에게 "아빠 친구를 만나서 알바를 하기 위해 해남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동선을 알렸다.
이 모양은 당시 뭔가 석연치 않았던 감정을 계속해서 느꼈던 것일까. 이 양은 친구에게 "혹시 내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남기기도 했다.
◇ 꺼져 있는 이 양의 휴대전화…같은 시간 김 씨는 세차 등 주변 정리
이 양의 마지막 문자를 받고 한 시간 후 친구는 이 양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이 양은 이를 받을 수 없었다. 당시 이 양은 김 씨에게 전화기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양은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낸 뒤 아르바이트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 김 씨와 이 양은 2시간 30분 정도 머문 정황이 추후 CCTV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이 양이 만난 김 씨는 이 양 아버지의 친구. 그는 보양탕 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이 양의 가족은 평소 김 씨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이후 오후 4시 30분쯤부터 김 씨를 만난 이 양의 휴대전화기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지점은 전남 강진 도암면의 한 야산이었다. 그 시점 이 양과 함께 움직이고 있던 김 씨는 혼자 귀가한다. 오후 5시 50분 집에 온 김 씨는 근처에 세워둔 차를 세차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태우는 등 주변을 정리한 뒤 다시 집에 들어와 저녁 9시 20분 "당구장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귀가했다.
경찰의 휴대전화 추적 결과 김 씨는 당구장이 아닌 집에서 4㎞ 정도 떨어진 인근 저수지에 머문 뒤 집으로 돌아온 것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했던 구체적인 행적은 찾지 못했다. 추후 경찰은 김 씨의 이와 같은 행적에 대해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동선을 숨기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 따른 움직임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유력 용의자 김 씨, 사건 발생 이튿날 스스로 목숨 끊어
사건 당일 오후 11시 30분쯤 이 양의 어머니는 딸의 휴대전화가 꺼져있고, 연락도 되지 않자 딸의 행방을 알기 위해 김 씨의 집을 찾아갔다. 이 양의 어머니가 이에 대해 따지자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집에 데려다줬다"고 말한 뒤 황급히 집 후문으로 도주했다.
줄행랑치는 김 씨의 모습에 이 양의 어머니는 1시간 뒤인 17일 오전 12시 30분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한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당일 오전 6시 이 양의 실종사건 유력 용의자인 김 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 근처의 한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김 씨를 발견한 이후 사라진 이 양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다. 6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수색 경력과 헬기까지 동원했지만, 실종된 이 양의 모습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4일 김 씨가 배낭과 낫, 수면유도제 28정 등 범죄를 짐작할 만한 물건들을 구입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김 씨가 이 모 양에게 알바를 소개해 준 날 역시 우연이 아닌 무언가 의도적인 접근을 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집중했다.
◇ 희생자 신체에서 김 씨 구입 졸피뎀 발견…낫 등에서 DNA 검출
그러던 중 실종 8일째인 24일 오후 3시 체취견에 의해 이 양이 발견됐다.
도암면 야산에서 발견된 이 양의 시신은 몸에 상처나 골절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한여름의 더운 날씨 탓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특이점은 머리카락이 1㎝만 남겨진 채 스포츠 머리형으로 잘려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는 연유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흔적이었다.
경찰은 알몸 상태로 발견된 이 양의 모습에 김 씨가 이 양을 살해한 뒤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으며, 며칠 뒤 국과수 부검 결과 A 양의 사인은 찾을 수 없었지만 차 안에서 발견된 낫과 이발기기 에서 이 양의 DNA가 발견됐고, 이 양의 몸 안에서는 김 씨가 구입한 수면 유도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또 김 씨가 사건 당일 태운 물체들의 분석 결과 A 양의 옷가지와 손가방 등과 동일한 종류임이 확인됐다. 그리하여 김 씨는 유력 용의자에서 살인 피의자로 확정됐다.
◇ 계획적인 성범죄…희생된 여고생 가족과 돈독한 관계
수사 결과 김 씨는 처음부터 이 양을 계획적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 양의 부모와 지인이었던 김 씨는 이들과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었으며 돈을 노린 범행도 아니었다.
김 씨는 거주지 인근에서 식당을 크게 운영하는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였으며, 이 양은 평소 김 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등 이들 가족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력한 범행 목적은 '계획적인 성범죄'인 것에 무게가 실렸다. 부패된 시신의 상태로 인해 결국 성폭행 여부는 끝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 씨가 피해자 이 양에게 범행 실행 전 "아빠에게 아르바이트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 수면유도제와 머리 깎는 도구 등을 미리 준비한 것, 옷가지를 전부 수거해 불태운 것들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 내연녀와 성관계 2시간 뒤 이 양 만나…'공소권 없음' 종결
당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씨가 성적 취향이 유별나거나 특이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범행 당시 4명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김 씨는 이 중 한 명과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또 과거 김 씨는 "약초를 캐러 가자"며 동네 부녀자들을 산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한 전력도 있었다.
특히 김 씨는 사건 당일인 이 양을 만나기 바로 2시간여 전 내연녀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성관계를 가지며 미리 욕구를 푸는 등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김 씨가 이 양을 자신의 범행이 끝난 후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암매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며 김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추정과 추론으로만 이루어진 채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은 유력 용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현장에서 김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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