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1년 교훈' 어디로…여전히 뺨 맞고 고소 시달리는 교사들

교권 침해에 아동학대로 맞대응하는 학부모 여전
"악성 민원에 근본적 제재 필요…사후약방문식 필요 없어"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9.4/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 A 군이 무단 조퇴를 말리는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교권 침해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작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교권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 학부모들은 '아동학대'로 맞대응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학교 측은 보호자에게 A 군의 치료를 권유했지만 오히려 A 군 측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사의 아동학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 어머니는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진위를 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가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때렸다는 걸 전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연선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뉴스1에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를 아동학대로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학습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인권센터사이트에 올리는 글 내용을 보면 교사가 기분 나쁘게 했다는 경우가 많은데 아동 정서적 학대금지 조항을 악용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 교육과 생활지도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교권 침해' 신고하면 '아동학대'로 맞대응…무고 처벌 사실상 불가능

교사가 아동학대로 무고를 당해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 허위 사실로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신고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신고자를 무고죄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교사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 지역에 마련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있지만 교보위 개최를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치심은 둘째치고, 대다수 피해 교사가 학생에게 인권 침해를 당한 사실을 공론화하면 학부모 측이 아동학대 신고로 맞대응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지난해 12월 경남 김해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 B 씨의 얼굴과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신체를 합성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며 조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을 받은 B 씨가 학교 측에 교보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하자 학부모 3명은 오히려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B 씨가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 내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았다거나, 혼자 간식을 먹었다는 둥 학생들의 불만 사항을 모아왔다고 한다. B 씨는 지금도 검찰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 "여긴 피해 호소하는 곳 아니다"…교사 가슴에 대못 박는 교보위

교보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교보위에 누가 참여하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교보위에서 오히려 피해 교사들을 2차 가해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C 교사가 교보위에서 학생들로부터 당한 불법 촬영 피해를 호소하자 당시 한 교보위원은 "여기는 피해를 호소하는 곳이 아니다"며 "교권 침해인지 아닌지만 판단하는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변호사 제도를 운용하거나 소송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이나 무고에 대한 법적 처벌 또는 구상권 청구 등 근본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소영 초등교사노조 교권실장은 "무고를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온전히 당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를 괴롭히거나 교사를 괴롭혀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이 만연화돼 있는데 사후 약방문식 대책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무너진 교권은 교사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국공립 중학교 퇴직 교사 수는 2017년 2329명에서 2022년 3622명으로 55.5% 늘었고, 고등학교 퇴직 교사 수도 같은 기간 1915명에서 2760명으로 44.1% 증가했다. 근속연수 5년 미만 퇴직 교사 수는 2017~2021년 5년 동안 185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는 1242명으로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최 실장은 "'교직 탈출 러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5년 미만 교사 퇴사율이 꽤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악성 민원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