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4시간 폭행·강간…피해 영상 냈는데 짧다며 '증거 불충분' 억울"
가해자 "날 만나주면 그만하겠다…너무 미워서 그랬다"
"무죄로 사건 종결? 내가 죽어야 수사 진행되냐" 울분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집에 찾아온 전 남자 친구에게 4시간 넘게 폭행당하고 성폭행 피해까지 본 여성이 "사람 한 명 살린다고 생각하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가해 남성은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며 무죄를 주장, 되레 억울해하고 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며칠 전 뉴스에 나왔던 4시간 폭행 및 강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A 씨는 "제발 저와 같은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게 한 번만 도와달라"며 겪은 일을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2월 11일 밤, 헤어진 전 남자 친구 B 씨가 무작정 A 씨 집에 들어와 A 씨를 때려눕히고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붙잡은 뒤 강제로 스킨십을 시도했다.
A 씨는 "B 씨가 강제로 팬티를 벗기길래 침대 밖으로 도망쳐 바지를 입으려고 하자, 다시 힘을 사용해 침대로 넘어뜨렸다"며 "당하기 싫어서 중요 부위를 손으로 막았지만 제 손을 강제로 뿌리쳐 강간 폭행당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B 씨는 "날 만나주면 그만하겠다. 안 그러면 계속 이런 식으로 할 거다"라고 A 씨를 협박했고, 겁에 질린 A 씨는 어쩔 수 없이 B 씨와 다시 만나게 됐다.
A 씨는 "제가 조금이라도 본인 의사에 반하거나 기분이 좋지 못하면 다시금 폭력적인 모습이 나놨다"며 "더 큰 폭력적인 모습이 나올까봐 신고를 망설이며 조용히 헤어지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닷새 뒤, 술을 마신 B 씨와 다툼을 벌이던 A 씨는 결국 이별을 통보했다. 이후 2월 20일 새벽, B 씨가 A 씨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또다시 폭행을 시작했다.
A 씨는 "제 목을 조르고 뺨을 때렸고, 침대로 넘어뜨린 후 제 몸 위에 올라타 베개로 얼굴을 짓눌렀다"며 "숨을 못 쉬어서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고, 온 힘을 다해 빠져나왔지만 장장 4시간 동안 폭행과 폭언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지칠 대로 지친 A 씨를 상대로 B 씨는 재차 성폭행을 이어갔고, 만신창이가 된 A 씨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다음 날 아침, A 씨는 B 씨를 내쫓은 뒤 비밀번호를 바꾸고 가까운 지구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날 저녁 B 씨는 "네가 나 버리고 간 게 너무 미워서 (그랬다). 엄청 사랑한다면서 나 버리니까"라며 폭행 이유를 밝히고선 A 씨 집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다가 경찰관에 의해 귀가 조처됐다.
이후 A 씨가 상해 진단서, 정신과 진단서, 녹취록, 홈캠 영상 등 증거를 모아 경찰서에 제출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증거불충분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폭력과 만남이 반복되는 도중 A 씨가 호의적으로 보낸 메시지가 있고, 4시간 동안 상황이 모두 홈캠에 촬영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A 씨는 "2월 1차 조사 때 담당 수사관이 제 영상을 보시곤 사건이 심각하다고, 그냥 안 넘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나 4월 2차 조사 땐 증거가 약하다고 구속 기각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에 구속 기각됐다고 통보받았다. 최근에 들은 얘기는 검사가 이 사건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재판까지 가지도 못하고 무죄로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더라"라고 전했다.
특히 A 씨는 "전 가해자에게 호의적인 메시지를 절대 보낸 적 없다. 카톡을 차단한 상태고 포렌식 해서 대화 공개할 수 있다"며 "가해자가 '길에서 마주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음성도 증거 영상 속에 담겨있는데 기각이라니. 제가 죽어야 수사가 진행되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증거 영상이 부족하다고 자꾸 다른 영상을 더 가져오라고 한다. 제 홈캠은 SD카드가 없는 구독권으로 사용해 몇 초에서 1~2분밖에 저장되지 않는다. 떠올리는 기억만으로도 괴롭고 죽고 싶은데 전 증거 제출을 위해 제가 강간 폭행당하는 영상을 수십번 돌려봤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A 씨는 "B 씨는 최근까지도 제게 전화하고 제 주위를 맴돌고 있다. 무죄로 여기서 사건이 종결되면 가해자는 지금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생활을 하며 살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관심을 촉구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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