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유괴·살해' 전현주 "죄수들, 내 아기 보려고 난리…교도소 생활 즐겁다"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7년 전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어린이 유괴 용의자인 전현주가 감형받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던 사실이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MBC 잔혹범죄시리즈 '그녀가 죽였다'에서는 1997년 8월 30일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8세 초등생 박초롱초롱빛나리 양을 유괴 후 살해된 사건이 다뤄졌다.

임신 8개월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전현주는 나리 양을 살해한 후 검찰 조사에서 단독 범행을 인정했지만, 재판 중에 성폭행범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내무부 고위 공직자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전현주는 미국 유학을 다녀와 작가를 꿈꿨다. 그는 돈이 필요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주는 영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는 나리 양에게 접근해 "재밌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유인한 뒤 동작구 사당동의 한 지하창고로 데려갔다. 사건 당일 그는 나리 양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2000만 원을 요구했고, 같은 날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살해한 이후에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 나리 양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발신지를 추적해 명동의 한 커피숍을 급습했다. 커피숍에는 여성 12명, 남성 1명 등 총 13명이 있었다.

전현주는 경찰이 검문을 시작하자 만삭의 임신부라는 점을 이용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그는 대학 후배들까지 불러 소란을 피웠고 경찰은 전현주의 지문을 채취한 뒤 보냈다.

전현주 검거에 도움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부모였다. 전 씨의 부친은 자택 근처를 탐문하던 경찰에게 딸이 최근 가출 상태라고 밝히며, 경찰이 들려준 유괴범의 목소리를 듣고 딸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미 딸의 범행 사실을 전해 들은 전 씨의 부친은 "네가 속죄하는 길은 자살뿐"이라며 "우리도 곧 뒤따라갈 테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살충제를 딸의 손에 쥐여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현주를 관악구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체포했고, 그의 남편이 사용하던 극단 사무실에서 나리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나리 양의 시신은 많이 부패한 상태였다.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얼굴과 눈에는 청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팔과 손이 청 테이프에 결박된 상태였다.

당시 어린이 유괴 사건 용의자들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전현주는 자신에게도 사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주를 받아 범행했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전현주는 "교도소에서 단 하루도 못 살 줄 알았는데 교도소도 사람이 살아갈 만한 곳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모든 죄수가 제 아기를 보려고 난리다.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는 18개월까지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며, 분유나 기저귀 등 필요한 물품은 나라에서 지원한다. 전현주는 아기를 친정이나 남편이 키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기는 미국으로 입양 보내졌다.

전현주는 가족에게 "만약 제가 아이를 낳고 죽는다면 아이에게는 절대로 제 얘기를 하지 마라. 혹시라도 스스로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현주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아 현재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