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피해자에게 '네가 꼬리 쳤냐' 발언한 경찰, 신상 궁금하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년 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사회가 들끓고 있다. 동시에 누리꾼들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경찰의 근황도 궁금해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밀양 사건 1순위로 신상 털어야 할 사람은 바로 경찰"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맞다. 저 경찰 신상 공개돼야 한다", "지금쯤 은퇴했을 텐데 연금 지급 정지해야 한다", "경찰 신상 털려서 자식들도 창피당해야 한다" 등 공감했다.
실제로 이 사건의 변론을 무료로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2016년 6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자 어머니가 '딸의 신분을 보호해달라'며 간절히 부탁했으나, 경찰은 비밀을 지키지 않고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다.
특히 수사 담당자는 노래방에서 도우미에게 "(피해자가) 밀양 물 다 흐려놓는다"며 가해자를 두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강 변호사는 "공교롭게도 피해자 어머니가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었고, 도우미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것"이라며 "저희가 여성 경찰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남성 경찰이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대면조사를 맡은 남성 경찰관은 "네가 먼저 꼬리 친 거 아니냐"는 폭언도 했다고.
또 강 변호사는 "이런 조사는 피해자에게 계속 고통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하면 안 돼서 녹화해야 하는데, 그런 시설도 없었다"며 "가해자 수십 명을 세워 놓고 피해자 보고 누가 성폭행했는지 고르라고 했다. 당연히 원웨이미러(한쪽에서만 보이는 유리)를 이용했지만, 십여 차례 수십 명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는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 그 자체가 심각한 인권침해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피해자를 치료했던 신의진 교수는 '2차 피해'에 대해 "경찰 조사 과정 자체가 2차 피해를 유발한다. 문제가 많았다. 제가 다른 경찰 조사 과정을 많이 지켜봤는데 경찰이 이상하게 가해자 성기 크기를 물었다. 형법상 삽입이 중요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 변호사는 매체에 "피해자와 일부러 연락하지 않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잊는 것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