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송치' 김호중 운명 가른 결정적 순간[기자의눈]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지난해 12월 1일 오후 7시 15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 도로 1차로에서 폭스바겐을 만취한 상태로 운전하던 A 씨(39)가 앞서가던 벤츠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뇌진탕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다.
A 씨는 위험운전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A 씨에게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은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 씨는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8일 오후 5시 40분. 송파구 위례성대로에서 방이역 방면으로 우회전하던 BMW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을 치고 구호조치 노력 없이 그대로 도주했다.
피해자는 다리를 다쳐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지만 BMW 운전자 B 씨(42)는 피해자와 합의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했다. 재판부는 B 씨에게 도주치상 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로 구속돼 세상이 한창 떠들썩하던 지난주, 서울동부지법에서 나온 두 판결이다. 두 사건 모두 같은 재판부가 판결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김 씨 사건과 비슷한 점이 있다. A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량과 부딪혀 운전자를 다치게 하는 사고를 냈고, B 씨는 사고를 낸 후 도주했다. B 씨는 음주 정황이 없었지만 A 씨와 달리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두 사건의 결과를 볼 때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사고를 낸 행위 자체만큼이나 사고를 낸 후의 운전자 처신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음주운전을 했고 사고를 내 택시 기사가 다쳤다. 만약 김 씨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잘못을 인정하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면 A 씨처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속'을 피했을 수도 있다. 김 씨는 지난달 31일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씨는 사고를 내고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도주를 선택했다. 한번 길을 잘못 들자 소속사와 공모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는 등 더 큰 범죄를 저질렀다. 만인의 사랑을 받던 가수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대중의 공분을 사는 범죄자로 전락한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하던 김 씨는 좁혀오는 수사망과 언론의 취재로 드러나는 진실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결국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혐의는 도주치상에 위험운전치상과 음주운전이 추가됐고,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종용한 점이 확인돼 범인도피교사까지 적용됐다.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인 격이다.
우리 사회가 김 씨에게 공분한 것은 바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대중과 수사기관을 모두 기망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가수의 몰락 또는 범죄자를 잡은 '사이다'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호중 사건'의 진정한 교훈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바로잡으려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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