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변호사 "최태원 회장, 무조건 엎드리는 게 방법…자업자득"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세기의 이혼'으로 주목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법원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서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 원,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한 판사 출신 변호사가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새올 변호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태원 회장이 망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소송을 무대포(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소송할 때는 1안이 안 될 경우 2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며 "회사 오너는 이혼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파리스 왕자는 여자 때문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만큼 책임 있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데 최 회장은 자기가 먼저 이혼소송 제기해 재산분할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고, 1심에서는 요행히 선방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무려 1조 3000억 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다"며 "만약 주식이 재산 분할 대상이 될 거라 예상했으면 2안으로 주식 분할을 제안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갈무리)

이 변호사는 "1조가 넘는 현금이 있을 리 없으니 현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거나 주식으로 대체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추가로 양도세까지 내야 한다. 수천억 이상의 추가 비용 지출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연 5% 이자도 내야 하는데 1조 3000억 원의 1년 이자는 650억 원이다. 주식 담보로 대출받아서 주면 이자만 갚을 때까지 수천억 원"이라며 "주식 분할을 예비적으로라도 했으면 법원에서 받아주고 이자 비용도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실제로는 2조 원 정도 지출되니 그냥 망했다고 봐야 한다. 무조건 엎드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오너는 회사에서 왕이지만 조언하고 견제할 사람이 없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보기 안타깝지만 자업자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은 이혼 소송 재산 분할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재산 총액을 4조 115억 원 규모로 보고 최 회장 65%, 노 관장 35% 비율로 현금 분할해야 한다고 봤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