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차량으로 골프장·장례식장 찾은 서울 소방서장들…감사서 적발

재난현장 지휘용 차량…운행일지 허위 작성
소방공무원이 서장 대신 운전한 경우 76%

서울시청 전경.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일부 서울 소방서장들이 비업무시간에 골프장 등 일과 관련 없는 곳을 공용차량으로 찾았다가 적발됐다. 또 소방 현장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공용차량 운행에 현장 대원들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소방재난본부 기관운영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일부 소방서장들이 업무와 관련 없이 골프장을 방문하는 등 공용차량을 무단 운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공용차량 운행에 현장 대원들이 동원된 사실도 확인됐다.

소방재난본부와 서울 25개 소방서는 소방서장의 재난현장 지휘를 위해 '1호차'라고 불리는 차량을 보유·운행한다. 서울시 공용차량 관리규칙에 따른 특수차량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 용도로 운행할 수 없다.

A소방서장은 퇴근 이후 1호차로 업무와 상관 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적발됐다. 또 이 같은 운행 내역을 누락하는 등 차량운행 일지도 허위로 작성했다.

A소방서 차량운행 일지에는 지난해 추석 연휴 특별경계근무 기간인 10월 1~3일에 A소방서장이 매일 오전 2시간씩 화재 취약지를 방문하는 데 차량을 쓴 사실만 기재됐다. 그러나 감사위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10월 2일 오후 2시 58분쯤 해당 차량은 경기도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서장은 "퇴근하는 길에 지인에게 받을 물건이 있어 무료 주차가 가능한 골프연습장에 10분간 경유했을 뿐, 골프연습장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골프연습장 이용 여부와 별개로 퇴근길에 1호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공영차량 관리규칙 위반이라고 감사위는 지적했다.

B소방서장은 지난해 3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산불 예방 활동을 한 것으로 허위 기재하고 왕복 7시간 넘게 걸리는 관외 지역을 오간 사실이 적발됐다. 타 기관 관계자의 모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왔다는 것이 B서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말에 장례식장에 참석하기 위해 1호차를 사용한 것을 정당한 공무로 보기 어렵다고 감사위는 판단했다.

B서장이 관할 지역을 벗어나면서 이 같은 사항을 조직에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위에 따르면 B서장은 소방재난본부장에게 관외 출타 신고를 하지 않았고 관내 소방서장 부재 시 출동 의무가 있는 지원소방서장, 직무대리자인 과장에게도 부재를 알리리 않았다.

이번 감사로 그간 일선 소방관들이 1호차 운행에 동원돼온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위가 최근 5년간 소방서별로 서장이 10회 이상 1호차를 이용해 출퇴근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소방공무원이 운전한 경우가 76%에 달했다. 1호차를 운전한 소방공무원의 90%는 내근직이었고 나머지 10%는 재난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외근직이었다. 소방 조직은 현장 대원이 부족해 기본 업무 형태인 '2인1조'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