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표결 D-2…'VIP 격노' 물증 확보한 공수처, 수사 속도전

'VIP 격노' 통화·증언 확보…대통령실 수사 불가피 관측
오는 28일 특검법 국회 재표결 예고…여권 이탈 조짐 주목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범야당 및 시민사회 '채상병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5.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오는 28일로 예고된 순직해병 수사 외압 규명을 담은 '채상병 특검' 재표결을 앞두고 관련 수사에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 휴대전화에서 'VIP(대통령) 격노'와 관련한 통화기록과 관련자 증언을 확보하면서 공수처의 칼끝이 점차 '윗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전날(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야 7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를 열고 2만여 명(민주당 추산)과 함께 여당의 특검법 찬성을 압박했다.

여권 일각에서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특검법 재표결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김웅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지난 특검법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같은 당 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의원까지 찬성 의사를 밝혀 여권에서 추가 이탈도 예상된다.

◇특검 압박 속 공수처 수사는 계속…대통령실 수사 불가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런 가운데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재조사에 관여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사를 이어갔다.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박 전 단장에게 '수사 기록에서 혐의자를 빼라'고 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 직무대리, 김 사령관을 각 2회씩 불러 조사하며 일부 수사에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그가 해병대 고위 간부와 통화하며 'VIP 격노'를 언급한 통화 내용을, 해병대 고위 간부의 참고인 조사에서 '김 사령관에게 대통령 격노 소식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해병대원 순직 당시 해병대 수사 내용을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외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김 사령관으로부터 '수사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이 장관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21일 박 전 단장과 김 사령관을 같이 불러 대질신문을 시도했으나 김 사령관 측의 강한 거부로 진행하지 못했다.

공수처가 박 전 단장의 '대통령실 수사 외압'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물증까지 확보한 상황이어서 격노설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로 확대 수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 남은 과제 '차장 인선'…독립·공정 위해 '尹 라인 배제' 필요

오동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열린 제2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4.5.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공수처가 4개월여 만에 수장 공백을 해소했지만 판사 출신인 신임 처장에게 수사 경험이 없어 적절한 지휘·통제가 가능하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차장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다만 수사외압 의혹에서 대통령실 연루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사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윤 대통령과 연이 있는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은 지난 22일 '검사 출신을 차장으로 고려하냐'는 <뉴스1>의 질문에 "일심동체가 돼 앞만 보고 전진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면서도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을 발굴하는 심정으로 모셔 오겠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친분이 없는 인사를 인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제 말씀에 다 묻어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goldenseagull@news1.kr